국회 저축은행 비리 국정조사가 겉돌고 있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지난달 29일 출범한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가 활동 시한(8월12일)의 절반을 넘기고도 아직 조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요란을 떨더니 정작 판이 시작되자 여야가 증인 선정을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정조사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저간의 행태를 볼 때 무용론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특위가 출범 이후 한 일이라고는 세 번의 전체회의가 전부다. 그나마 의결 정족수 미달 등으로 10분 만에 산회하기도 하는 등 회의다운 회의는 하지도 못했다. 증인 선정을 놓고 힘겨루기에 폭로, 비방전만 벌이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의 진상 규명이라는 본질은 간 데가 없다. 한마디로 싹수가 노랗다.
증인 선정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김황식 국무총리,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지만씨 부부 등을 증인으로 고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명숙 전 총리와 박지원ㆍ김진표 민주당 전ㆍ현 원내대표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진상을 밝히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하지만 비리 의혹과 연관돼 있다는 명확한 증거 없이 마구잡이로 증인을 채택하자는 것은 정치 공세다.
전ㆍ현 정권과 여야 모두 저축은행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국정조사에 부담을 느껴 내심 잘 안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증인 채택을 이유로 특위를 헛돌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나 야나 자신의 허물을 덮기 위해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끈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로 행방이 묘연한 돈만 5000억원에 달한다. 모두 서민의 피땀이 어린 재산이다.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의 횡령 등 불법, 정관계 로비 의혹, 영업정지 정보 사전 유출, 감독 부실의 책임 등 밝혀내야 할 것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도를 찾아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당리당략에 휘둘려 국정조사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다면 피해자들의 분노가 국회로 향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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