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 7.5% 필수매각, 신주발행 10% 제한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1일 여의도 정책금융공사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 매각에 가이드라인을 둘 것"이라며 "신주발행은 최대 10%까지 할 것이며, 신·구주를 합해 최소 15%를 매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지난해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신주인수 이야기를 했는데, (채권단은) 기본적으로 구주를 팔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신주만 발행하는 것 아니냐, 채권단에서는 구주만 고집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인수시 지분매입 규모는 최소 15에서 최대 25%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 사장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규모는 17.5%에서 20% 사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의 현 시가총액이 약 16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규모는 2~3조 사이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흥행성적이 부진해 단독입찰로 귀결될 경우에도 재입찰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유 사장은 "단독입찰이 될 경우 2주 정도 기간을 두고 입찰기한을 연장해볼 것"이라며 "그래도 결과가 같을 경우 기본적인 요건이 되면 (우선입찰대상자)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지난 현대건설 M&A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붙은 것을 의식했는지, 이번 매각은 투명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그는 "향후 원한다면 채점표를 공개할 수도 있다"며 "공개적으로 진행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단 구주매각이 원칙인 만큼 구주를 많이 사가는 원매자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가격부문은 구주 프리미엄을, 비가격부문은 인수자의 제반 능력을 본다는 방침이다.
유 사장은 "신주를 얼마나 적게 사느냐에 대해서는 뉴트럴(중립)하게 가고, 구주 측을 기준으로 해서 얼마나 써내느냐를 볼 것"이라며 "주당단가로 이야기를 하면 구주를 적게 쓰는 사람이 유리해지므로, 구주를 적게 사는 것이 유리한 구조는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 사장은 최근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인수가 좌절된 데 대해 "안타깝다"며 "우리금융 인수가 괜찮은 방법인데, 이제 (민영화는)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정책금융기관 기능 통합 논의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통합이 적절치 않다는 뜻을 밝혔다. 유 사장은 "정책금융기관이 리스크를 안고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데 은행의 형태를 띤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사형태가 맞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