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의 부축을 받은 한 시각장애인이 연단에 등장했다. 구글에서 웹 접근성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 과학자 티브이 라만(T.V. Raman) 박사였다.
라만 박사는 웹 접근성 기술을 "모든 사람에 자유롭게 웹에 접속해 정보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요약했다. "사람은 다 각자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능력의 범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웹 접근성 기술은 정보를 이용할 때 이용자들의 능력이 닿지 않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입니다."
웹 접근성 기술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종국에는 일반인들도 혜택을 누린다. 라만 박사는 "청각장애자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지원하는데, 이는 곧 자막 형태의 텍스트 정보가 생기는 셈"이라며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로 검색해 동영상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자막을 번역해 언어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제가 지금 영어로 얘기하고 있죠? 이걸 영상으로 찍어 올린 다음에 자막을 달고, 그 자막을 한국어로 번역해 보면 통역이 없어도 무슨 얘긴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언어로 인한 정보 접근 제한 역시 사라지는 셈이다.
웹 접근성 기술 연구에 투신하게 된 라만 박사의 사연은 특별하다. 그는 14살 때 녹내장을 앓은 후 시력을 잃었다. 인도 공과대학교와 코넬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웹 접근성 문제로 다가갔다. "코넬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 늘 똑같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단 것이었죠. 교과서와 교재를 누군가가 읽어줘야 했고, 아니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형태로 바꿔야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도 책으로 나온 교과서 내용을 '토킹북'으로 바꿔주는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했어요."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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