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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올리기 step by step]②연봉협상, '홈런왕'도 준비없이 덤비면 '헛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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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능력.기여도.업계연봉 등 데이터 제시
설득력있는 몸값 부르고 접점찾는 노력해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올 초 이대호 선수(롯데자이언츠)와 구단 측이 빚은 연봉 갈등을 두고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많은 연봉협상 전문가들은 "이 선수가 조금만 협상 스킬이 있었으면 원하는 연봉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킬이 필요한 건 이직을 준비 중인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연봉은 이직을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그런데도 적절한 연봉협상 기술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 연봉 결정 단계에서 인사담당자로부터 몇 마디 말을 듣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게 전부다. 이직은 물론 재직 시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연봉협상의 기술을 알아봤다.
◆어떤 경우든 연봉조율 가능=재직 시에도 연봉협상은 이뤄진다. 다만 이직 시보다 공격적으로 협상에 나서기는 어렵다. 대부분 직장인은 본인이 회사에 계속 다닐 것을 전제로 협상에 임하기 때문이다. 정혜원 커리어케어 컨설턴트는 "실적을 토대로 평가받는 펀드매니저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재직 때 연봉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기는 어렵다"며 "이런 이유로 연봉이 이직 사유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직 시에는 보통 최종 면접 합격 후 연봉 조율에 들어간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 보유 중인 연봉 테이블 내에서, 중소기업은 케이스별로 세부 조정이 시작된다. 최종 합격까지 한 단계만 남겨둔 채로 좋은 연봉을 얻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지는 셈이다.

국내 대기업인 A사에 근무하는 B는 올 초 동료직원 C의 연봉을 알고 나서 깜짝 놀랐다. 자신과 같은 팀에 연배까지 같았지만 연봉은 C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이직을 해온 C가 연봉결정 과정에서 탁월한 협상력으로 연봉을 끌어올렸음을 알게된 건 그 후였다.

C의 경우처럼 연봉은 설사 같은 조건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도 조율의 여지가 있다. 거쳐온 인생의 궤적이 다른 만큼 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차별점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정 컨설턴트는 "누구도 같은 삶을 살진 않는다"며 "어떤 경우든 조율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협상에 능한 업무 분야도 있다. 마케팅이나 영업 분야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말로 사람을 상대하는 게 일이다. 말로 상대를 설득하는 협상에 능한 이유다. 반면 엔지니어나 재무 분야는 협상에 취약한 쪽이다.

◆협상기술의 탄약, '데이터'=협상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데이터'다. 자신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에서 나온 수치를 이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게 핵심이다. 우선 본인의 업력 데이터가 필수다. 회사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맡은 주요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얼마만큼 회사에 기여했는지를 서술한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은아 커리어케어 과장은 "수치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평소 관련 수치자료를 미리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이력서를 적을 때도 활용된다. 단순히 수치를 나열해 놓고 '이만큼 성과를 냈다'는 식보다는 "팀원들과 어떤 노력을 기울여 얼마만큼 성과를 냈다"는 식의 스토리 위주가 바람직하다. 이 과장은 "면접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시장 데이터가 필요하다. 자신이 속한 업종별, 직급별, 연차별로 연봉 수준을 파악해 놓는 것이다. 얼마 전 이직에 성공한 영업사원 D는 시장 데이터를 충실히 파악해 유리하게 연봉을 체결한 경우다. 대리 2년차인 그는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신의 이전 직장 연봉이 시장 평균보다 500만원정도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점을 강조한 그는 기대 이상으로 연봉을 올려 이직할 수 있었다.

시장 데이터를 수집할 때는 헤드헌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정 컨설턴트는 "헤드헌터들은 해당 분야를 장기간 맡아온 전문가"라며 "시장 상황을 이직자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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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도 활용되는 협상과정=협상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심리학이 활용된다. 그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게 일명 '앵커링 이펙트(Anchoring Effect, 닻 내리기 효과)'다. 이는 처음에 제시되는 연봉이 조율 기점이 된다는 게 골자다. 설사 기대하지 않은 숫자라도 일단 제시되면 그 근처에서 최종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소리다. 정 컨설턴트는 "'어느 정도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앵커링 이펙트에서 선점 효과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앵커링 이펙트를 활용하려면 미리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야 한다. 본인의 수준과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놔야만 구체적이고 적절한 초기 값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득력 없는 연봉 제시는 되레 상대방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세부적인 조율 과정이 싫다면 편한 길도 있다.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다. 특허팀에서 근무하던 E는 지난해말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3년간 업무 중 쉬는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도 공부에 매진한 결과다. 회사 일에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변리사 자격증을 강조한 E는 올해 연봉협상 시 호봉을 늘리는 식으로 연봉을 높일 수 있었다.

정 컨설턴트는 "자격증은 골치 아프지 않게 연봉을 올릴 수 있는 길이지만 그만큼 쉽지 않다"며 "업무와 연관된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이후 연봉협상 때 대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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