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된 박찬구 회장 급전 필요했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오현길 기자]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한 기업이 있어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독자 노선을 걷겠다며 계열 분리를 선언한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얘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화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박 회장이 3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는 등 난관에 봉착했다.
이처럼 검찰의 포위망이 좁혀지는 상황에서 박 회장은 금호석화가 보유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주식을 대량으로 장내에서 매도해 현금화했다. 그동안 박 회장이 금호석화를 제외한 다른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처분한 것은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예민한' 시점에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검찰에 출두해 이번 혐의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이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한 터라 논란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부터 이달 들어서 수차례에 걸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지난달 18일부터 9거래일에 나눠 총 5만8235주(보통주 2만8056주ㆍ우선주 3만180주)를 팔아치웠다. 금호타이어는 6거래일 동안 33만1194주를 매도했다. 이를 통해 각각 4억원, 53억원 등 6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혐의가 박 회장의 구속 등 법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한 박 회장이 이전에 보여 왔던 매매 패턴(단기 고점에서 소량 매매)을 벗어나 단기 저점에서 대량으로 매도한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급전'이 필요했던 것으로 짐작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검찰 소환 조사라는 특수한 처지에 놓인 시점에서 이 같은 매매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도덕적으로 저촉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회장은 7일 세번째 검찰 소환조사에 응했다. 박 회장은 이날 "(협력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아직 제가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의혹과 관련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지난 3일과 4일에 이어 이날 세번재 소환조사로 인해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오전 9시50분께 서울남부지검에 나타난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간략하게 대답하고 곧바로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지난 3일 이 의혹과 금호아시아나 측이 "관련있다"고 말하며 자기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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