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억만장자가 '나무전문' 변호사를 고용한 이유?
'재산 43조'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일조권·조망권 보장받겠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는 395억달러(약 42조7800억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 5위 억만장자다. 어딜 봐도 부족한 것 없을 그가 앞집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앞집 뒷마당 나무가 너무 자라서 자기 집 경관을 가린다“는 이유였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엘리슨은 샌프란시스코 퍼시픽하이츠에 위치한 자택의 바로 앞집에 거주하는 버너드 본 보스머 부부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연방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는 6월6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사건의 발단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슨은 퍼시픽하이츠에 위치한 전망좋은 맨션을 390만달러에 사들였다. 샌프란시스코만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그런데 2004년 본 보스머 부부가 엘리슨의 앞집으로 이사를 왔다. 디트리히 본 보스머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양친인 보스머 부부는 새로 산 집의 뒷마당에 있는 나무와 관목들이 마음에 들었고 나무가 자라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 뒷마당에 심어진 붉은 삼나무 세 그루와 80년생 아카시아 나무가 쑥쑥 자랐고 뒷집에 사는 엘리슨은 자신의 테라스 경관까지 이 나무들에 가려지자 이를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앞·뒷집 간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커졌다. 엘리슨 측은 ‘나무 및 이웃 관련 법’ 전문 변호사까지 고용해 지난해 6월 “조망권과 일조권 침해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 우려된다”면서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엘리슨은 본 보스머 측에 집을 1500만 달러에 팔라는 제의까지 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소송에 들어갔다.
본 보스머 측 변호사는 “엘리슨은 깨끗한 조망을 원하는 반면 본 보스머는 사생활 보호를 원하며 이것이 양측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나무를 베어 달라는 엘리슨 측에 맞서 본 보스머 부부 측은 문제의 80년생 아카시아 나무를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나무’로 지정해 달라며 맞불을 놓았다.
엘리슨 측의 ‘나무 변호사’ 배리 보나파트는 법원 심리에서 “엘리슨은 본 보스머 씨가 이사오기 전의 집 주인으로부터 경치를 가리지 않게 나무를 정기적으로 잘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론된 전 집 주인은 “그런 약속을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버너드 본 보스머의 부인 제인은 “2006년 엘리슨이 인부를 고용해 뒷마당의 나무를 베어내려는 것을 적발해 이를 막았고 엘리슨 측으로부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엘리슨 측은 “앞집 마당에 함부로 들어간 적이 없으며 잘 알려진 공인이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엘리슨 측은 오히려 “이는 우리 집 마당 쪽으로 넘어온 나무 가지를 쳐내려 했으나 본 보스머씨 측의 항의로 그만둔 일이 와전된 것”이라면서 “정당한 권리행사임에도 이웃을 배려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WSJ는 이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자체가 나무가 많은 언덕지형에 위치해 있어 이같은 소송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이다. ‘살림의 여왕’으로 유명한 마사 스튜어트도 1995년 이웃집의 나무 때문에 조망권 관련 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
이같은 사례가 빈발하자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1988년 “나무 분쟁 해결 조례”를 제정해 피해자 측은 우선 나무 소유주와 1차로 합의를 모색하도록 하고 해결에 실패했을 경우 2차로 법원의 중재를 받도록 하며, 그 역시 실패했을 경우 법정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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