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韓 경제 극과 극..경제는 성장하지만 가계는 빚 더미"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국은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강국이지만 가계 부채 부담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빈부격차가 심각한 국가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자에서 '분열된 경제(An economy divided)'라는 제목으로 성장하는 '재벌'과 가계 부채 때문에 추락하는 일반 가정의 상반된 모습을 다루며 한국 경제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을 분석했다.
한국 경제 성장에서 '재벌'이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빠져 나오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FT는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뒀고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8.9%)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빚 때문에 괴롭다." 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 전라도의 한 35세 남성은 외신 기자들의 뇌리에도 깊게 박혔다. FT는 한국에서 빚 때문에 자살하는 뉴스를 쉽게 대할 수 있다며 한국의 자살 사망률이 10만명당 31명 수준으로 최근 10년 동안 두 배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아직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은 경제회복 혜택을 체감하지 못한 채 재벌들이 이끄는 경제성장이라는 화려한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가계 부채 이자를 갚기에 급급한 가정이 많고 소비 지출의 여유가 없어 정부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46%로 미국의 138% 보다 높다. 김성일 한국자살예방협회 주임은 "겉으로 드러난 경제지표들은 한국 경제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 가정에서는 경제 회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높은 자살률도 미약한 사회안정망, 높은 청년층 실업률, 안정적이지 못한 고용 시장 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FT는 일반 가정에서 경제성장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면서 소비 지출에 인색해졌고, 이것은 편의점의 늘어난 라면 매출과 지하철 이용객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서울에서는 점심시간에 회사원들이 한 그릇에 6000원짜리 밥을 사먹기 보다는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라면으로 배를 채우는 경우도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다는 것. 올해 편의점 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었고 포장 김밥 매출은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과 하위 10%의 소득 격차는 현재 4.73배 정도로 1995년 3.64배 보다 확대된 단면을 보여주는 예로 지적됐다.
FT는 한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재벌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이익을 중소기업에 나눠 주는 초과이익공유제가 정ㆍ재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정도로 현 정부의 정치 아젠다가 된 것도 '재벌' 뒤에 가려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기업,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현 정부는 유권자의 설득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말만 요란하고 실체가 없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공정사회 실현을 외치며 공직사회, 특히 검찰의 부정부패 척결에 나섰지만 핵심인물들은 수사망을 다 빠져나간 만큼 현 정부의 공정사회 실현 의지에 한국인의 불신이 깊다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