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 있는 사람이나 집 없는 사람이나 모두 고생하는 형국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집이 안 팔리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은 이자 갚느라 허덕인다. 그런가 하면 무주택 서민은 폭등하는 전셋값에 울고 높아진 전세자금을 금융기관 대출로 받아 메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작년 동월보다 13.6% 상승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8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4.2%의 3.2배에 달한다. 다른 물가보다 더 빠르게 전셋값이 뛰니 서민들이 목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는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2009년 5월 이후 지난달까지 2년간 집계한 신규 전세자금 보증액은 11조7334억원으로 그 전 2년간보다 71.9%(4조9081억원)나 급증했다. 빚 얻어 셋집을 마련한 사람이 크게 는 것이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워낙 수요가 없으니 가격을 대폭 낮춰 '급매가격'으로 내놔야 그나마 간신히 팔린다. 아파트 시세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한 채 샀지만 원리금 부담이 가처분소득 중 10% 이상인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보유가구 수의 10.1%인 108만가구가 이른바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한때 대출 받아 부동산을 사면 가격이 올라 이자를 상쇄하고도 '남는 장사'였다. 이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유주택자나 무주택자 모두에게 집이 짐이 되는 시대다. 주택 문제는 가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정책만 해도 가계 붕괴를 우려해 물가가 급등해도 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하는 등 제한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1일 올 들어 네 번째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거래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더 줄어들고 있다. 다급한 정부는 그동안 투기 우려로 묶어두었던 조치들을 잇따라 풀고 있다. 그러나 무리수를 두다가 집값이 급등하면 더 문제다. 서민을 위한 싼 집은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포함한 주거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새롭고 신축적인 주택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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