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어제 재산이 100억 원을 넘지만 건강보험료는 월 평균 2만2000여 원만 내는 직장 가입자가 14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는 2만2000여 원은 직장가입자들의 전체 평균 보험료 7만4900여원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월급 300만원 이하의 직장 가입자로 100억원 이상 재산가도 1018명이나 된다고 한다.


거액의 재산가들이 100만원을 벌겠다고 취업을 했을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건보료를 덜 내기 위해 위장 취업했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재산 규모 등에 관계없이 월급 기준으로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의혹이 짙다. 의사나 변호사들이 법인을 만들어 사업 소득이 아닌 월급을 기준으로 보험를 내는 사례가 많은 것이 그 방증이다.

허점은 이 뿐 아니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직장인 자녀가 있으면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보료를 한 푼 안낸다. 반면 직장을 잃고 수입이 끊긴 실직자의 경우 오히려 직장에 다닐 때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부동산 등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직장가입자인데도 공무원은 직책급과 복지포인트를 보험료 산정기준에서 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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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고치는 게 마땅하다. 건보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부과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소득이 많은 사람, 재산이 많은 사람이 건보료를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없애기 위해 피부양자 대상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직장과 지역간 불균형도 고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직장과 지역 구별 없이 건보료 부과 기준을 월급 외에 부동산, 임대소득, 금융소득 등 종합적인 재산과 수입을 따지는 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거액 재산가와 형평성을 기한다는 명분이 건보료 전반의 인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소득과 재산을 아우른다면서 월급쟁이들의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소득이 없이 집만 한 채 갖고 있는 경우도 세심하게 짚어봐야 한다. 왜곡된 징수체계는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거나, 전반적인 건보료 인상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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