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예술은 일부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될 때 예술은 그 가치가 있습니다"
28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금난새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그는 이날 열린 '농어촌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출범식에 예술감독 자격으로 합류했다.
지휘자 금난새씨는 개인 위주, 입시 위주에 집중하는 한국 음악계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 했다. 개인에 집중하는 영재교육 덕분에 한국 음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긴 했지만, 그만큼 더 음악이 일반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부작용도 가져왔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1993년, 아무도 하지 않은 '혁명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보통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근사한 콘서트 홀에서만 음악이 연주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도서관, 건물 로비, 야외 공간 등 관객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지휘봉을 들었다.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려고 연주하는 음악의 재미있는 정보와 뒷 이야기들도 관객들에게 전했다. 이 같은 시도에 일부 순수 음악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청중이 하나도 없는, 각만 잡는 음악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흐르자 그의 생각이 옳았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금난새 지휘자가 그랬던 것처럼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5월 국립발레단은 김준희 발레리노가 공연 중간 등장하며 발레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코펠리아' 공연을 준비 중이다. 조금 더 쉬운 내러티브와 팝으로 편곡된 쉬운 오페라 '살롱 드 오페라 Salon De Opera'의 '사랑의 묘약'도 이미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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