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형MBA] 한국외대 MBA, 안철수 등 외부특강 적극활용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어려운 시기를 맞이했을 때 경영자의 진짜 실력이 나옵니다."
올해 가을. 서울대에 새로 생기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가 입을 떼자, 40대 중반의 MBA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5일 한국외대 MBA의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에서다. 안 교수는 다음날 포스텍 기술경영대학원에도 나가 "선택의 순간이 오면 어떤 것이 더 의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지를 고려"하라는 취지로 특별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였다.
올 가을 국내 MBA과정의 문을 두드리려는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다. 안 교수는 한국외대 MBA 과정 학생들에게 '턴어라운드 매니지먼트', 곧 실적이 떨어진 기업을 다시 회복시키는 경영 수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강연 요지는 이렇다.
19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연 그는 10년 가량 기업을 경영하면서 매년 2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3년과 2004년은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기였다.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성장기에는 승진과 분야를 넘나드는 인사이동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정체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괴로웠다. 몸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 교수는 "정말 중요한 건 잘 안 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잘 될 때 조금 더 잘 한 것은 별로 큰 의미가 없지만,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정말 고꾸라져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힘든 2년 동안 안 교수는 세 가지를 배웠다. 우선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 갑자기 상황이 어려워진 CEO에게 가장 쉬운 유혹이 분식회계다. 융자를 쉽게 받을 수 있고 직원들의 사기도 금방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안 교수는 "분식회계는 기업이 되살아날 때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주홍글씨'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어려울수록 꼼수 쓰지 않고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려움을 겪어야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안 교수는 "하이테크 기업들 사이에는 '잘 풀릴 때는 고객을 무시하라'는 격언이 있다"고 말했다. 탄력을 받아 성장할 때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부차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지말고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시기야 말로 그동안 키워온 내부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때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힘든 시기에 문제를 고치고 내부를 가다듬으며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마지막 교훈은 역시 '마음가짐'이다. 위기를 견뎌내는 독한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예로 들었다. 스톡데일 장군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동안 하노이 힐튼 수용소에 갇혀있었다. 이 스톡데일 장군은 뜻밖에도 '제일 먼저 죽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갈 거야'라고 말하던 낙관주의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냉혹한 현실을 보지 않고 막연한 낙관론에만 빠져있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부활절, 추수감사절을 매번 기대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상처받아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희망을 놓지 않되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보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설립 초기에 맞닥뜨린 'IMF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안 교수는 "나중에 보니 위기가 아니라 기회였다"며 "공격적인 경영을 하던 기업들은 많이 넘어졌지만 오히려 좋은 인재들이 그때 벤처기업으로 많이 넘어왔다"고 회고했다. 경영대학원 2층의 200석 규모 브릭스 강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은 한국외대 MBA 정규과목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처럼 유명인사의 특강을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한국외대 MBA의 특징이기도 하다. 죽어있는 교과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생한 사례와 토론으로 실전 감각을 길러주는 것이 MBA 교육과정의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안 교수뿐만 아니라 휠라 코리아의 윤윤수 회장, 재미사업가 텔레비디오 황규빈 회장과 같은 경제계의 CEO는 물론 정치ㆍ언론 등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강단에서 경험을 전수해 준다.
한국외대 MBA는 이밖에도 2007년부터 한인 상공회의소와 협약을 맺고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에서 재미동포를 대상으로 한 Executive-MBA 과정을 개설해 현재까지 450여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MBA 신입생들이 겪는 학업ㆍ진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1:1 담임 교수제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외대 MBA는 올해 하반기에 Creative MBA(주간)와 Power MBA(야간,온라인) 과정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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