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혼란과 군 쿠데타설, 물가고에 국경분쟁까지 겹쳐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태국과 캄보디아간의 국경 교전은 태국에 걱정 거리 하나를 더하고 있다. 태국은 고물가에다 총선과 군부 쿠데타 설 등 정치혼란에다 국경분쟁이라는 내우외환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태국,밖으로는 캄보디아와 국경분쟁중=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분쟁이 재발하면서 국경지대 주민 4만여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또 이틀간의 교전으로 양측에서 10여명의 전사자가 발생하는 등 양국간 국경분쟁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800㎞의 국경을 접하고 있으나 캄보디아 내전 당시 다량의 지뢰가 국경지대에 매설됐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완전히 국경이 획정된 적이 없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경지대에 있는 11세기 힌두사원 ‘프레아 비히어’가 지난 2008년 7월 캄보디아의 신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 관광객이 몰리면서 양국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해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국제재판소는 1962년 프레아 비히어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에 속한다고 판결했으나 태국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양국은 지난 22∼23일 태국 북동부 수린주(州) 국경지대에서 수 차례 교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양국 군인 10명이 숨지고 수십여명이 다쳤다.


태국은 양국 군부대 간 교전이 지속되자 수린주 국경지대 주민 4만여 명을 6개의임시 보호센터로 피신시켰다.


카싯 피롬야 태국 외무장관은 “태국군이 전투기를 동원하고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캄보디아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캄보디아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싯 장관은 “캄보디아는 양국 간 국경분쟁에 제3자를 개입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공동국경위원회(JBC)와 국경전체위원회(GBC) 등 종전의 대화기구를 통해 양자 회담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의 도발로 교전이 발생했고 국경지대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태국군은 독가스가 든 포탄을 발사했고 캄보디아 영공에 전투기를 투입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정국은 혼란의 도가니, 5월6일 전에 의회 해산=오는 연말이 임기인 아피싯 웨차지와 총리는 5년간의 정치불안과 폭력을 종식하고 동남아 2대 경제대국인 태국의 경제를 신속히 회복시키기 위해 5월 첫째 주에 의회를 해산하고 6월 말∼7월 초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혀왔다.


태국은 지난 2006년 9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이끌고 있던 정부를 축출한 뒤 극심한 혼란을 겪어왔다. 특히 탁신 지지자를 포함한 반정부 단체인 레드셔츠(Red Shirts)는 2008년 태국 공항을 막고, 정부의 조기총선 계획을 철회하고 지명정부가 권력인수를 하도록 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총선 시기와 관련, 파니탄 와타나야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아피싯 총리는 5월 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의회 해산에 대한 왕실의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는 “야당인 푸어타이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총선 승리 후) 귀국해서 국민에게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해외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야당의 실질적 지도자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탁신 전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왕실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에 찬성한다”면서 “모든 태국 국민은 왕실에 충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신 전 총리는 “모든 당사자가 선거 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이라면서 “군부는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당 승리가능성과 군부 쿠데타설 퍼져=태국 정치권에서는 조기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야당 승리를 두려워하는 군부가 조기 총선을 막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특히 TV 방송이 사고로 중단되면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번지는 소동이 일어났다. 태국 방송 통신 위성인 타이콤5를 운용하는 타이콤사가 22일 “21일 오후 4시10분께 타이콤5 인공위성에 문제가 발생해 일부 채널의 방송이 3시간여 동안 중단됐다”고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앞서 19일과 20일 사이 수도 방콕 외곽에서 군인들이 군사훈련을 벌인 것도 쿠데타 발생설을 부채질했다.


태국군 최고 사령관인 송키티 자가바타라 장군과 육, 해, 공군 참모총장들은 이달 초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전후에 쿠데타가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하고 군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군부의 정치개입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더욱이 육군 대장인 프라유트 찬 오차 장군을 위해 한 장교가 일부 야당지도자들이 태국 왕실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형사기소함으로써 쿠데타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왕실모독은 중죄에 해당한다.
왕실모독죄는 태국 형사법 112조가 규정한 것으로 국왕과 여왕, 왕세자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모욕하거나 협박할 때 적용되는 것으로 태국 국민이면 누구나 혐의자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있다. 처벌은 3년에서 최고 15년 감옥형에다 조사 및 기소과정이 불투명하고 가혹하다.


이런 혐의들은 그동안 여러 번 쓰였는데 최근들어 이용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태국 야권은 보고 있다.


군부는 또 인터넷 웹사이트와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도 ‘왕실 모독’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태국 야권에서는 조기총선이 진짜 이뤄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군부는 왕실의 보호자라는 지위를 정치개입의 정당한 이유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군을 더욱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가급등에 금리인상 처방중=국경에서는 총성이 울리고 정치는 혼란스러운데 물가가 급등해 태국 국민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인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금리(레포 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태국 중앙은행은 지난 해 7월 긴축조치에 들어간 이후 10개월 만에 금리를 1.5%포인트 끌어올렸다.


그러나 물가상승으로 실질금리(소비자물가-기준금리)는 -1%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는 중동 정정불안에 따른 고유가에다 원자재 등의 가격 상승으로 3월중 전년같은 달에 비해 3.14% 상승했다. 2월의 2.8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것도 태국 정부가 디젤유의 소비자가격을 1리터에 30바트로 묶어 놓고 있기에 가능했다.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강한 품목의 가격을 제외한 물가인 근원물가도 1.62%나 올랐다. 금리처방은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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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은 물가상승 억제의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차익을 노린 투기자본 유입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만 파이분 키티스리캉완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는 “금리를 상향추세를 타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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