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출, 시중銀 줄이고 국책·지방銀 늘리고
기업구조조정 및 건설경기 불황으로 대출 부실 영향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8조원 이상 줄인 반면 국책·지방은행들은 그만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232조402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8조2111억원(3.4%) 감소했다. 반면 기업·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5조8306억원(5.8%) 증가한 105조669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기업은행의 증가액만 5조1580억원에 달했다. 중기대출이 늘어난 국내 은행들의 전체 증가액 중 57.7%로 과반을 차지한다.
지방은행들도 중기대출을 늘렸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중기대출 잔액은 45조175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조7954억원(6.6%) 많아졌다.
다만 특수은행에 속하는 농협은 지난해 중기대출을 3조407억원(5.8%) 줄였다. 국내 은행 중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외환은행이 지난해 2조4836억원(13.2%)을 줄여 중기대출 감소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2조3514억(3.8%), 신한은행 1조5956억원(3.0%), 하나은행 1조4494억원(4.7%) 등 순으로 중기대출 잔액이 줄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중기대출을 줄인 것은 지난해 기업구조조정 및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부실이 커지면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옥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들이 중기대출에서 발을 빼자 중소기업들이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해당 지방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그러들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은 점도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중기대출을 줄이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크게 늘렸다. 실제 지난해 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25조848억원으로 1년 새 13조9799억원(6.6%)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외형경쟁을 자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많이 줄었다"며 "과거에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기대출을 늘렸지만 이제는 조심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당국이 중기대출을 늘리라고 은행에 주문해 인위적으로 늘렸다"며 "이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자금경색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중기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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