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한 금융위, 또 법원 눈치보기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판단 미뤄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무산 위기
과거에도 당국의 승인 지연으로 성사 안돼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승인을 유보하자 우유부단한 의사결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금융위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뒤로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에 영국계 금융회사인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의 승인 지연으로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에는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앞서 론스타는 2006년 5월에도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지분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감사원 감사 및 검찰수사와 금융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6개월 만에 계약이 파기됐다. 이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배타적인 협상을 벌였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도 금융당국이 면담 요청을 거부하자 인수를 포기했다.
금융위는 총 9명의 위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린다.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1명에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으로 구성된다. 매월 2차례 정례회의를 갖고 위원장이나 3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경우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의안은 3인 이상 위원의 찬성으로 제의할 수 있고 위원장은 단독으로 안건을 올릴 수 있다. 올라온 안건은 9명 위원 중 과반이 출석해 이들 중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번에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판단유보'란 답을 낸 지난 16일 금융위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권혁세 부위원장, 임종룡 재정부 제1차관, 김종창 금감원장, 이승우 예보 사장, 이주열 한은 부총재, 이종구ㆍ최종구 상임위원, 채희율 비상임위원 등 9명 전원이 참석했다.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했던 2006년 당시는 윤증현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 양천식 부위원장,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 최장봉 예보 사장, 이승일 한은 부총재, 문재우 상임위원, 전성빈ㆍ표성수ㆍ장범식 비상임위원 등 9명이 금감위원으로 있었다.
또 론스타가 HSBC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맺었던 2007년에는 김용덕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 윤용로 부위원장,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 최장봉 예보 사장, 이승일 한은 부총재, 박대동 상임위원, 조현연ㆍ표성수ㆍ장범식 비상임위원 등이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16일 무려 8여년간 끌어왔던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해당 여부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론스타가 사회적 신용 요건을 갖췄는지는 법리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신용 요건을 충족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일이 없어야 하는데 최근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무죄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들였다면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함께 승인해줄 방침이었다. 오랜 기간 끌어온 론스타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예상 밖의 결정을 내리면서 금융위의 계획이 어그러졌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도 보류됐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는 것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은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나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은행법상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고 하나금융은 자격이 없는 자로부터 외환은행을 사들인 꼴이 돼 향후 금융위가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이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