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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길어올리기②]강수연 "오랜 동료 박중훈, 가장 부러운 건 가정"(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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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길어올리기②]강수연 "오랜 동료 박중훈, 가장 부러운 건 가정"(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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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한국영화의 전설' 강수연이 돌아왔다. 임권택 감독과 '아제아제 바라아제' 이후 22년 만에 다시 손을 잡은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가 17일 개봉한다. 임 감독의 101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강수연이 동갑내기 배우 박중훈과 24년 만의 호흡이기도 하다.

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 지 이틀 뒤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수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을 던지며 궁금해했다. 영화에 대한 감동을 공유하고자 하는 열망이었을 것이다.
"임 감독님의 기존 스타일에서 멀리 벗어난 새로운 스타일이어서 놀라웠어요. 영화를 100편이나 연출하고도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새로운 걸 추구하시는데 나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 시사 끝나고 감독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돼요'라고요. 영화를 너무 잘 만드시는 분이에요."

강수연은 '달빛 길어올리기'에 대해 "작은 규모의 예산으로 어렵게 만들었지만 현장은 놀러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이나 박중훈 모두 2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사이니 가족 같은 분위기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로운 작품을 하게 되면 감독, 상대배우, 스태프들과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그런데 우린 그게 필요 없었어요. 익숙하고 편하고 서로 잘 이해하니까요. 촬영 첫날부터 이미 1년째 이 영화를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한 '달빛 길어올리기'는 한민족의 고유한 문화유산인 한지를 소재로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한지로 복원하려는 시청 공무원(박중훈)과 그의 아내(예지원), 다큐멘터리 감독(강수연)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수연은 한지 제작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 역을 맡았다.

"한지라는 소재가 담고 있는 의미나 역사가 무척 깊어요. 이것을 제대로 그리기에는 제작 여건이 풍족하지 않았죠. 좀더 풍족했다면 좋은 그림으로 공들여 찍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이같은 상황에서도 이만큼 완성도 높은 영화를 찍어내는 게 임 감독님의 에너지인 것 같아요."

네 살에 데뷔해 연기 경력 40년이 넘는 헤비급 베테랑 배우이지만 강수연은 여전히 새 작품을 할 때마다 바닥에서 다시 출발한다고 말했다. 1987년 국내 배우로는 최초로 세계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그는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달빛길어올리기' 현장의 임권택 감독(왼쪽)과 강수연

영화 '달빛길어올리기' 현장의 임권택 감독(왼쪽)과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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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상을 받건 흥행에 성공하건 감사하고 기쁜 일이죠. 그렇지만 하나의 성과가 발판으로 작용해 다른 성과를 이루게 해주는 건 아니에요. 다시 발가벗고 시작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죠. 영화제 수상이 제겐 큰 의미가 없지만 보는 분들은 기대치가 높아져요. 그게 큰 부담으로 다가와요. 아직까지도 부담스러워요."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해 여러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겹치기 출연 불가'를 선언하며 한 작품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그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흥행과 시상식에서 매번 충무로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해외영화제 수상작 '씨받이'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제외하고도 '감자'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그대안의 블루' '지독한 사랑'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대표작만 스무 편이 넘는다.

연기에 몰두해 20대와 30대를 보내느라 강수연은 아직 '미혼'이다. 오랜 친구이자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박중훈에 대해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했다는 것이 가장 부럽다"며 웃었다.

"박중훈씨에겐 너무 예쁜 아이 셋과 자신보다 300배 더 근사한 아내가 있잖아요.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가정이 부럽죠. 결혼요? 저는 못 하고 있는 거예요. 기회가 일반인보다 더 없어요.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 그럴 여유도 없었고요. 네 살 때 길거리 캐스팅만 안 됐어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 텐데 말이죠."

1999년까지 매년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해왔던 강수연은 2000년대 들어 휴지기가 길어졌다. 2~3년의 공백을 몇 차례 가진 탓에 작품 수가 이전에 비해 현격히 줄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작품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다음 작품을 곧바로 해야한다는 불안감은 없으며 좋은 작품만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연기자가 되기보다는 오래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의지다.

"저는 아역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20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겪었어요. 이제 20대에서 중견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겁니다. 중년에서 다시 노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또 남아 있겠죠. 제가 연기하는 방식이 계속 달라졌듯이 앞으로도 달라질 거예요. 40년을 했는데 평균 연령을 생각해보니 앞으로 40년을 더 할 수 있겠더군요. 앞으로 남은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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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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