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리베이트 근절을 목표로 정부가 마련한 약가정책이 실제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2009년 8월 시행한 소위 '리베이트-약가 연동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애매모호한 규정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 제도는 제약사가 병원 등에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최대 20%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약가는 제약사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리베이트 근절에 효과적일 것이란 취지에서 마련됐다.


제도 시행 후 몇몇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돼 약가인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약가를 정확히 언제 인하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놓지 않아 복지부 내부에서 혼선이 발생했다.

애초 복지부는 제약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심 판결이 나온 다음 약가를 인하한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시기를 미루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킬 우려가 제기되자, 행정처분 결정만 내려지면 약가를 깎는 것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약가인하 효과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해 지침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사 입장에선 혼선만 가중시키는 조치다. 차후 행정소송을 통해 위법행위의 범위, 약가인하 대상 의약품의 개수 등에 변화가 생길 경우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등을 추가로 제기해야 하는 등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약가를 얼마나 깎을 것인가도 불분명하다. 애초 고시에 따르면 인하율은 리베이트를 줘서 발생한 총 판매액으로 리베이트 금액을 나눠 얻는다. 일례로 100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은 병원에서 1000만원의 (부당한) 매출을 올리다 적발됐다면 약가인하율은 10%가 된다.


하지만 예외규정이 있다. 총 판매액을 복지부가 자의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고시에는 '조사대상 요양기관(병원 등) 중 리베이트가 적발되지 않은 곳의 판매총액을 포함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병원 10곳을 조사해 1곳에서 리베이트 사실을 적발했을 경우 총 판매액은 적발된 1곳의 매출액이 될 수도 있고, 10곳의 판매액을 모두 합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의료기관 10곳에서 해당 의약품이 공히 1000만원 어치씩 팔렸고, 1곳에서만 1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적발했다면, 약가인하율은 1%에서 10%까지 복지부가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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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외규정을 둔 이유는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제약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1회 적발 시 20%, 2회 적발되면 40%나 약가를 깎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 너무 가혹한 조치일 수 있어 예외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예외규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제도 시행 전에 따로 정하지 못했다"며 "차후에 객관적인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는 현재 약가인하 대상에 올라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사례에 대해 현장조사 및 법적 검토를 통해 이르면 3월 내 첫 약가인하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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