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민 KB운용 사장 "랩·펀드, 본질 잃으면 실패한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펀드와 유사한 방향으로 시도하던 랩의 진화는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랩도 펀드도, 본질을 되찾아야 장기 성장이 가능합니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실패'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특정 운용사나 상품을 겨냥한 지적은 아니다. 랩과 펀드를 포함한 모든 금융상품이 '본질과 어긋난' 진화를 시도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 사장은 "단기투자와 종목투자라는 속성을 가진 랩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공모펀드 수준으로 자금 규모와 고객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를 꽤한다면 이는 실패할 것이고 이미 실패했다"면서 "랩의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투자자들도 순식간에 떠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랩과 펀드는 수익률로 성격을 가를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수요와 성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향후 자문형 랩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고액투자자를 위한 '서비스 위주'로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펀드 역시 투자대상을 세분화시키거나 유행을 따라 신상품 출시에 집중하는 시장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펀드는 본질적으로 돈을 맡기면 넓은 투자범위 안에서 운용사가 알아서 투자하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이라면서 "투자 섹터를 세분화해 집중 투자한다고 마케팅하는 것은 유행 테마를 만들어 투자자를 유혹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운용사가 충분한 분석을 토대로 투자하고, 투자자는 이 결과를 장기 모니터하는 형태가 펀드 투자의 기본 개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 사장은 본질에서 벗어난 과도한 신상품 출시가 오히려 시장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상품수와 종류의 과부하 측면에서 최악의 시장"이라면서 "유행하는 상품을 따라잡는 식이 아니라 기존의 우량 상품을 장기적으로 육성하려는 선진국형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단위형펀드와 추가형펀드를 무분별하게 병행하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주식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데도 1호, 2호, 3호를 추가형으로 설정하는 것은 일단 투자자와 투자금을 끌어들이고 보자는 식의 잘못된 행태"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기투자에 집중하는 서구의 정통적인 펀드 모델은 단기 수요가 많은 아시아권에서는 다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의 투자문화는 상대적으로 단기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를 충촉 시켜줄 수 있는 카테고리가 필요하다"면서 "목표에 도달하면 자연히 사라지므로 시장 환경은 저해하지 않으면서 주식 자산배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목표전환형 펀드'를 통해 이 같은 수요는 해소 가능하며, 올해 5∼10개 정도의 관련 펀드를 추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의 올해 운용 전략에 대해서는 "성장형, 가치형, 혼합형 등 세 가지의 주력 펀드를 장기펀드로 만들어 나가는 게 핵심적인 과제"라면서 "또한 반등이 기대되는 중국 본토 펀드도 이달 말 1억달러 규모로 신규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