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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 읽기'-샤갈 '도시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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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 읽기'-샤갈 '도시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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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감성과 열정이 풍부한 한 청년이 진한 갈색머리의 크고 까만 눈에 사랑스런 얼굴을 지닌 소녀와 첫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의 사랑은 순수했으며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꿈을 꾸듯 달콤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무관합니다. 연인들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두둥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 눈 앞에는 희망찬 미래와 행복이 있을 뿐입니다.
위의 작품은 마르크 샤갈의 '도시 위에서'라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샤갈과 그의 사랑스런 아내 벨라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있던 샤갈은 1909년 스물 두 살 여름에 고향 비데프스크를 방문하고, 아홉 살 어린 벨라를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샤갈과 벨라는 러시아 유대인 구역에 같이 살고 있었지만 샤갈은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었고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던 그녀는 모스크바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대규모 상회를 운영하는 상류층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했으며 결국 신분의 차이를 뛰어 넘어 결혼하였습니다. 싱그러운 녹색과 푸른색 옷을 입고 있는 하늘을 나는 연인들은 회색 배경 위로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연인들의 발 밑에 샤갈의 고향마을인 '비테프스크' 풍경이 펼쳐집니다

소박한 목조건물과 멀리 보이는 정교회 대성당, 나무 울타리가 정겨움을 더해주고 그 울타리 옆에서 엉덩이를 까고, 일을 보는 남자에게서 샤갈이 삶을 대하는 여유로운 시선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남자의 엉덩이는 샤갈의 '뮤직'에서도 등장합니다.

'도시위에서'와 '뮤직'은 한 작품 속에 있으며 이 남자 또한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사랑하는 두 남녀가 하늘을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뮤직' 속 악사가 연주중에 볼 일을 보는 듯도 합니다. 이것 또한 샤갈의 작품을 보는 재미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샤갈의 그림들을 보면 달콤한 꿈을 꾸듯 행복해집니다.

샤갈이 그린 그림 속 풍경으로 내가 들어가 그 어느 곳에 자리잡고, 한데 어우러져 그 속에서 나만의 꿈을 꾸게 만듭니다.

혁명의 소요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상황에 무관심해보입니다. 벨라와의 사랑에만 집중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이 순간 세상의 다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고 둘의 사랑만 존재하는 듯 합니다.

어두운 현실, 이방인의 삶을 살아온 그는 자신의 암울한 현실을 사랑이라는 도피처를 통해서 안식을 얻고자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 눈에 보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꾸고 싶을 때 특히 더 샤갈의 그림은 내 마음의 구원 같은 존재감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샤갈은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반 유대주의에 시달리면서 상처를 받아서 말더듬이가 될 정도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그가 "그림 그리는 시간이면 나는 왕좌만 없는 왕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어린시절부터 그림에 타고난 천재성이 있었습니다.

다른 예술분야에서도 소질이 많아서 바이올리니스트, 무용수, 시인이 되고 싶었던 감성이 풍부했던 아이였습니다.

이러한 풍부한 감성들과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 특히 그의 고향 비데프스크와 그가 처음 만나면서부터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던 벨라 로젠펠트가 원동력이 되어 동시대의 어떠한 미술사조에도 속하지 않는 그만의 순수하고 동화 같은 서정적인 색채에 꿈처럼 달콤하고 환상적인 그림을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 입니다.

샤갈의 그림들을 보면 도시위에서 하늘을 나는 연인들처럼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비데프스크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도 파란 배경속의 부부에서 꽃다발을 든 남편도 '뮤직' 작품 속 악사도 '다윗성채'에서도 사람들도 말도 암소도 다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순수한 그의 감성은 동물들과 사람들을 같은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 없이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그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고단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적 감성이 넘치는 동화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꿈꾸고 있는 그 세계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여 다 함께 달콤하고 황홀한 행복을 나누길 원했던 게 아닐까요?
<center>미술평론가 박정은</center>

미술평론가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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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미술평론가/'작은 철학자와 그림이만나면' 미술연구원 원장)www.grim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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