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다수 전세→월세..수도권 입주물량 몰린데서 전세 찾아
관리비, 교통비 등 월세만큼 부담돼


서울에 순수전세가 줄고 보증부 월세나 월세가 늘면서 서울 직장인들이 월세를 못 내면 탈서울이 불가피한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최근 서울 대치동 중개업소에 '보증금 5억원-월세500만원' 등이 걸린 모습.

서울에 순수전세가 줄고 보증부 월세나 월세가 늘면서 서울 직장인들이 월세를 못 내면 탈서울이 불가피한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최근 서울 대치동 중개업소에 '보증금 5억원-월세500만원' 등이 걸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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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서울 옥수동에 사는 K씨(31)는 최근 월세부담 때문에 경기도로 이사를 가게 생겼다. K씨는 2년 전에 전용 85㎡ 아파트를 2억5000만원에 전세로 입주했는데 최근 집주인은 보증금 5000만원에 매달 230만원씩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월급쟁이로 월세를 내기는 너무 버거워 K씨는 강남에 있는 직장과는 좀 더 멀어져도 다른 강북지역 전세아파트를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K씨는 서울에서 다니기 까마득해서 쳐다도 안 봤던 경기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주물량이 몰려 전세매물이 많다는 고양 식사지구쪽을 알아보니 전용 135㎡가 2억300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대출받지 않아도 될만큼 전셋값이 쌌지만 평형이 너무 커서 매달 관리비가 월세만큼 부담이 된다. K씨는 출·퇴근시간과 교통비도 걱정이다. 시간은 왕복으로 2시간 이상이고 예전처럼 자가용으로 다니면 통행료와 주유비로 매일 1만원이 넘게 들어가게 생겼다. #


월세가 부담스런 서울 직장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를 월세나 보증부월세로 돌려 달라는 서울 집주인이 늘어나며 입주물량이 몰려있는 경기도 쪽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권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면 출·퇴근에 투입되는 시간과 돈이 만만찮게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상실감이 쌓여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 속에 고분양가 중·대형평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기북부 고양 식사, 파주 등지는 탈서울 세입자들의 전세계약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고양 일산 식사지구 인근 공인 관계자는 “월세는 못 내겠고 보증부월세도 보증금 비중 올리기가 어려워 서울에서 전세들러 온 사람이 늘어 대형만 남았다”며 “융자가 60%씩 껴 있는 집이 많아 세 들려면 큰 평형이 유리하다고 말해 주지만 관리비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로 이사가도 서울로 출·퇴근하기엔 시간과 돈 등의 비용이 여의치 않은 점도 난관이다. 회사에서 셔틀버스나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롯이 생활비로 충당해야 하므로 부담이 된다. K씨의 경우에도 매일 아침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서울 강남역으로 출근하면 통행료로 약 1000원, 주유비로 리터당 1880원(3월2일 기준)씩 계산하면 5642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름세인 기름값에 출·퇴근 왕복을 감안하면 예사롭게 넘길 비용이 아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이 최근 나타난 특별한 현상은 아니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고 비용은 커지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도 안양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씨(32)는 “대기업은 교통수단이나 교통비 등 지원이 잘되는 편이지만 모든 회사가 그렇진 않다”며 “회사에서 지원하는 버스를 타고 매일 1등으로 출근한다는 타직장 친구가 부럽기까지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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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같은 경기도라도 교통이 편리한 곳의 전세물량이 상대적으로 더 선호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2011년 1월 KB 전세가격 동향에서 경기지역 전셋값은 전달보다 0.9% 상승했지만 '용인~서울고속도로'로 강남권까지 왕복 2000원정도 안팎이면 20~30분에 갈 수 있는 용인 수지구(3.8%)나 광역버스체계가 잘 갖춰진 성남 분당구(2.3%)는 상대적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전세를 못 구하고 수도권으로 밀려난 ‘서울 직장인 K씨’의 고충은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 전세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순수전세가 줄고 보증부 월세나 월세가 늘었다는 점이다”며 “3년 내내 전셋값이 오르다보니 강남에서 강북, 분당·용인, 수원으로 물결효과가 나타나 평형을 줄여가는 것도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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