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장이 이야기]'창밖을 보는' 크리에티브디렉터
손원혁 오리콤 CD, 창문 밖을 관찰하면서 아이디어 생각해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사람들은 비행기를 탈 때 대게 창가 자리를 피하기 마련이다. 자외선 노출, 소음으로 인해 건강에도 좋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하자면 통로 쪽에 앉은 다른 승객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창가를 찾아 앉는 사람이 있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좀 더 관찰하기 위해 창가를 고집하는 사람, 손원혁 오리콘 캠페인본부 국장(사진)이다. 아트디렉터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두산의 기업광고 ‘사람이 미래다’편을 비롯해 우리투자증권의 ‘1등편’, KB카드 ‘꺼내라’ 등 기억에 남는 굵직한 광고들을 만들어 냈다.
그 가운데 손 CD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로 꼽은 광고는 두산의 ‘사람의 미래다’편이다. 광고주이자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박용만 (주)두산 회장과 광고를 함께 만들었기 때문. 손 CD는 "아이디어의 팁을 던진 것도 박 회장이었고,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박 회장과 여러번 만나 논의했다"고 이야기했다.
회사가 속한 그룹의 오너 회장과의 편할리 없을 것 같아 그에게 물었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예상밖이었다. 손 CD는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몇번 만나고 나니 그분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여유를 보였다.
회장의 도움덕인지 두산의 이 광고는 대학생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고, 지난해 TVCF어워드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손 CD는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박 회장을 통해 아이디어를 쉽게 얻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CD와 '겸손'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다. 속된말로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광고인들이다. 그러나 손 CD에게서 또 다른 점에서도 '겸손'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광고를 하면서 느끼는 한계는 없냐는 질문에 그는 “한계가 있고, 늘 한계를 인정한다”고 간단히 답했다. 손 CD는 “스스로 한계점을 인정하면 새로운 목표를 얻을 수 있다”며 “한계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며 오히려 즐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겸손하지만 도전에 대한 열정은 넘쳐 흐르는 모습이다.
자극은 그가 팀원들에게 주문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의 광고인은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옳지 않냐”며 “아트디렉터가 이미지에 맞는 카피도 만들고, 카피라이터가 떠올린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만들어 내면 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머릿속의 생각을 좀 더 확실히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더 나은 광고를 만들 수 있는 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플레이'는 광고인뿐 아니라 광고대행사 역시 마찬가지 짊어지고 가야할 숙제다. 손 CD는 "광고 채널이 다양해지고, 소비자들도 신문, 방송 뿐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해 광고를 접하게 된다"며 "최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광고의 새로운 창구가 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콤도 이 같은 흐름에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총괄본부를 최근 신설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에게 사장의 호출전화가 왔다. 인터뷰 도중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린 끝에 결국 그는 잠시간 자리를 비웠다. 이내 돌아온 그는 “사장과의 미팅에서 또 ‘자극’을 받았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에게 최근 공을 들이는 광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난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올해는 경쟁 PT없이 광고주를 확보한 우리투자증권 광고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경쟁 PT가 없어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광고 작업에서 그는 "무엇보다 음악선정에 고심했고, 작년과 같은 배경음악(BGM)으로 일관성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1등이라는 '낯간지러운'소재를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도 스스로 만든 광고를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당연한 이치다.
그는 "깜깜한 밥에도 창밖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어둠속에서는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을 정리하는 시간이리라. 그래서 그는 오늘 또 창가에 자리를 두고 날카로운 눈으로 밖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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