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 과학교과서 펴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우리가 바이러스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면 지금의 구제역 사태는 훨씬 더 무서운 재앙이었을 것이다. '왜 과학을 배워야 하나?'는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제 중 과학과 관련이 없는 분야는 없다. 그런데 기존 과학교과서에는 '왜(Why?)'에 대한 대답이 빠져 있었다.
새로운 '융합형 과학 교과서'를 만드는 데 참여한 이덕환(57)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스토리텔링식 교육의 장점을 신문읽기에 비유했다. 그는 "사람들이 신문을 읽다가 낯선 전문용어가 나온다고 해서 따로 찾아보진 않는다"며 "읽다 보면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과학교과서를 펼치면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뒤, 태양계와 지구가 생기고 그 지구에서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이루어진 과정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이 이야기 안에 91개의 자연과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새 교과서는 개념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배우지 않고 과감하게 건너뛴다. 그리고 물리ㆍ화학ㆍ생물ㆍ지구과학의 칸막이 역시 과감하게 허물었다. 에너지 ㆍ 물질ㆍ 생명ㆍ 지구로 단원을 나눠 엄격하게 구분했던 것과는 다르게 교과서 1부는 우주ㆍ지구ㆍ생명으로 간략하게 나뉜다. 목차만 보면 화학과 물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교과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모든 단원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새 교과서에서는 개념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전제를 바꿨다. 도체와 부도체 사이에 존재하는 반도체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 특성을 어떻게 이용해야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칩이 되는지 알려준다. '20세기 신물질인 반도체는 어떤 원리로 마술과 같은 기능을 갖게 되었는가?' 반도체를 설명하는 단원의 제목을 보면 새 교과서의 특징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 교수는 "과학이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영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학교육이 과학자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 아닌,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양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과학을 알아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은 그들 부모가 배우던 과학 교과서와는 전혀 달라진 새로운 교과서를 만나 '과학을 통해 보는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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