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신평사·금감원 모두 발뺌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 25일 국내 해운업계 4위인 대한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불과 한달여 전에 대한해운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영진 외엔 딱히 책임을 물을 곳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12월 8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80만여개의 실권주 공모에 무려 2조2742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127.13 대 1의 경쟁률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4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투자설명서에는 '앞으로의 벌크선운임 추이를 예상해 보면 수요 측면에서 철강재 수출의 회복 및 인프라 건설의 지속적 추진을 기대하고 있어 클락슨(Clarkson: 영국의 해운·조선 시장조사기관)은 2010년 물동량 증가율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다.‥향후 수요위축 가능성이 존재하나 주요 화물(철광석·석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신조선 관련해 발주 취소 및 인도 연기 등의 지속적인 공급조절 노력을 한다면 2008년과 같은 폭락 없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돌발적인 시황이 발생 시 급락의 경우가 있고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며 투자 위험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유상증자 투자설명서에도 같은 내용이 나와 있다.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0월에만 해도 2700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11월 들어 2000 초반대까지 떨어졌고 12월 중순에는 2000선이 무너졌다. 올해 들어서도 1월4일 1693에서 26일 현재 1234로 무려 459포인트나 빠졌다.

대한해운의 회사채 발행 및 유상증자 주관을 맡았던 증권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대한해운에 안정적 투자등급(BBB+)을 매긴 신용평가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신평사들은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에야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D)으로 내렸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부실하게 검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해운업지수(BDI) 변동 및 높은 용선원가계약으로 인한 원가부담 등 재무 여건 악화 가능성 등을 투자위험요소로 공시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증권신고서 수리제도는 제출한 신고서 기재사항의 충실성과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법상 허위기재나 중요한 기재사항의 누락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설명이다. 즉 형식상 하자를 보는 것이지 내용의 적격성 여부 등을 점검하는 허가나 승인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AD

그러나 대한해운이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박민규 기자 yushi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박민규 기자 yushin@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