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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김진규 총장 "'Number 1'보다 'Only 1'으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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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김진규 총장 "'Number 1'보다 'Only 1'으로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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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석연 기자]맥주 잔을 가득 채우자 거품이 흐른다. 지난달 김진규 총장의 등장은 목마른 건국대 사람들에게 맥주 거품처럼 시원한 청량제로 다가왔다.

아침 7시30분. 건국대 사람들이라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 김 총장을 만날 수 있다. 김 총장은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학생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눈다.
연구실과 실험실, 강의실 등을 거쳐 자전거가 정거하는 곳은 학생 식당일 때가 많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총장이 학생 식당에서 먹으면 메뉴 하나라도 더 신경을 쓰지 않겠어요?" 이럴 땐 대학 총장이 아니라 친정 엄마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아리 방에 들리면 맥주 잔을 사이에 두고 '호프 데이'가 열린다. 총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갓 두 달밖에 안됐지만 2년 정도 재직한 느낌이 든다고 주변 사람들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김 총장의 입에서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해보라고 하자 생각지 못한 엉뚱한 답이 튀어 나왔다.
"공장장입니다."

연구 성과와 훌륭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으로 성과를 보여주겠다며 교수,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화합하는 '생산현장의 공장장같은 총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국내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4년부터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건국대학교 초대 총장인 유석창 박사 이래 50년 만에 첫 의학자 출신 총장이 되었다. 그런 김 총장에게서 건국대학이 추구하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 취임하면서 총장 책상 위에 제일 먼저 올려놓은 책이 무엇입니까?

▲ '창업국가(Start- up Nation)' 입니다. 건국대를 새롭게 창업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총장직을 수락했습니다. 대학은 연구를 잘 하고 훌륭한 학생을 많이 길러내는 게 사명입니다. 그러자면 건국대의 미래를 넘버 원(Number One)이 아닌 온리 원(Only One)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혁신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책이 '창업국가'입니다.

미국이 세계 넘버 원이라면 이스라엘이 Only One 국가입니다. 혁신을 통해 순위 경쟁이 아닌 Only One 대학으로 나가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스라엘의 성장 비법처럼 '창의적인 열정이 가득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이스라엘의 성장 비결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Only One 대학, 스마트 대학을 지향하는 건국대의 방향과 아주 잘 들어맞습니다.

이를 위해 5개 정도 세계 최고 분야를 만들고 육성할 겁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분야, 가장 가능성이 있고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키울 생각입니다.

건국대가 가장 앞서 있는 의학, 생명과학, 동물생명공학, 수의학 등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 외에도 ▲융합학문 ▲신재생 에너지 ▲하이테크 ▲문화콘텐츠 ▲부동산ㆍ건축분야 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 이스라엘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 알고 보면 이스라엘은 우리와 닮은 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두 나라 모두 1948년에 건국되었고 자원이 부족하며, 주변국의 위협으로 안보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그래요. 그러다 보니 인적 자원과 교육을 중시하고 과학기술 강국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나라 벤처 창업 문화가 이스라엘보다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체면 중시 문화'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체면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2000년 IT거품 붕괴가 직격탄이 됐습니다. 우리는 실패하는 것이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서가 있어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반대입니다. 그들은 실패로 인한 사회적 평가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그들의 경제적ㆍ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이긴 싸움에서도 반드시 모여 전쟁의 결과를 복기하며 토론합니다. 자기 반성과 그 뒤를 이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정밀 검사를 거치지요. 이스라엘의 '중간 되짚어보기'는 싸우는 것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로시가돌(rosh gadolㆍ똑똑한 사람, 큰머리)은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긍정의 태도, 지시를 따르지만 자신의 판단을 통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투입하고 최대한 좋은 방법으로 따르는 것. 전장에서 경험한 이런 기업가 정신으로 이스라엘은 지난 60여년 동안 50배나 성장했습니다.

- 엄청난 독서광으로 알려져 계신 데 다른 책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 설립자이자 초대 총장이신 상허 유석창 박사의 전기와 100주기 때 펴낸 각계 100인의 추모 글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논어도 요즘 새로 읽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동문이신 강영중 대교 회장님이 최근 내신 자서전 '배움을 경영하라' 도 감명깊게 읽고 있어요. 학생 여러분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매우 좋은 책입니다.

- 'Only One'을 내걸으셨는데 제일 먼저 바꾸고 싶은 문화는 무엇입니까?

▲ 건국인만의 컬러가 있어야 합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잘 나서지 않지만 저력 있고 내면적으로 강한 것'이 건국인의 컬러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 발 더 나가야 합니다. 제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나 건국대 출신이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총장부터 나서서 책임있게 일하고 학교를 더 발전시킬 겁니다.

건국대 출신들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브랜드 가치는 제품에서 나옵니다. 건국대의 제품은 우수한 졸업생과 우수한 연구성과이지요. 이런 건국대의 제품을 한 차원 발전시켜서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고 우수한 연구를 내놓아 동문의 자긍심을 높이고 동문이 건국대 졸업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할 것입니다.

- 김 총장 스스로 건국대의 상징인 KU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를 탈 기세였다. 성공한 동문들을 학교로 다시 불러 KU가 새겨진 배지를 직접 달아주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출발선에 선 총장으로서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 첨단 교육시설이나 튼튼한 재정 같은 하드웨어 부분은 국내 어느 대학 못지않게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그 속에 담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입니다.

병이 꼭 사람 몸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곳곳에 편한 관행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잘못된 병폐들을 진단하고 고칠 생각입니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하면 오히려 내가 외부인사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보다 객관적으로 혁신을 주도해나갈 수 있습니다.

내부 발탁이냐 외부 초빙이냐, 보직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를 고려하는 '반복된 경험'보다 '참신한 비전과 추진력'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유석창 박사가 그랬듯이 대학을 치료하고 나아가 건국대학교를 사회의 병, 국가의 어려움, 세계의 문제를 치유하는 지식 공동체로 만들려고 합니다.

- 취임식에서 'i-SMART 건국 2020'을 강조하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i-SMART는 innovation(혁신), intellectual(지식인), I(나)의 i와 대학의 주요 부문인 S(School, 학교), M(Management, 경영), A(Alumni, 동문), R(Research, 연구), T(Technology, 기술)를 결합한 것으로 혁신적인 대학 교육과 대학 경영, 연구업적 향상 등을 통해 스마트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비전입니다.

이를 위해 뀬교수 연구업적 향상을 위한 획기적 연구환경 조성 ▲우수한 졸업생 배출을 위한 교육서비스 혁신 ▲대학 발전의 에너지 충전을 위한 대대적인 발전기금 확충 ▲국제화와 전통적 가치를 융합한 글로컬(glocal) 대학과 스마트한 캠퍼스 조성 ▲동문 자긍심 고취 등을 5대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건국대를 '연구하는 대학, 공부하는 대학'으로 만들 것입니다.
건국대 김진규 총장 "'Number 1'보다 'Only 1'으로 거듭날 것" 원본보기 아이콘




황석연 기자 sky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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