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라면 누구나 처음 방문하는 코스에 대해서는 설레임과 기대감을 갖게 마련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팜스프링스 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오크퀘리골프장(Oak Quarry Golf Club) 가는 길도 그랬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1000여개 골프장 중에서도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파3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골프장을 향하는 2시간30분이 그래서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크퀘리골프장에 도착해 발아래 펼쳐진 코스를 내려다보니 아직도 광산 채굴을 하고 있는 듯 삭막하고 황량하다. 6년 전 폐광된 곳에 길 모건이 19홀, 파72, 7002야드의 국제규격 골프장으로 조성했다. 캘리포니아의 강한 태양이 이글거리고 코스의 연못에서는 수백 마리의 검은 물새가 유영하고 있다. 이 척박한 땅에 녹색 그린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골프장이 조성될 당시 인근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산야를 파헤치는 대신 버려진 하천 부지나 폐광에 골프장을 만들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산 계곡을 이리저리 돌다가 드디어 가장 어렵고 아름답다는 14번 홀(파3ㆍ214야드)에 도착했다.
부드러운 스윙을 위해 한 클럽 길게 잡고 3번 우드를 빼들었다. 짧으면 공은 계곡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워터해저드를 넘기는 홀에서 헤드업은 절대금물이다. 숨을 들이쉬며 '하나, 둘, 셋'을 외치면서 힘차게 샷을 날렸다. 볼이 골짜기를 가로지르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가 왼쪽으로 휘면서 연못 속으로 빠져버렸다. '힘을 빼고 천천히 휘두르라'는 골프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였다.
화가 나 입이 나온 내 얼굴을 본 친구가 "이곳에서 파를 잡으려면 티 샷 전 돼지머리에 명태를 놓고 막걸리를 부어야 한다"며 위로했다. 골프 인생이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지만 이렇게 어려운 파3홀은 처음이어서 우리는 그린과 백색 바위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이곳에 온 것을 기념했다.
글ㆍ사진=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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