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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신한 웨이'를 되찾는 길

최종수정 2020.02.01 23:56 기사입력 2010.09.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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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 서울 풍납동 지역은 망원동과 함께 상습 침수구역의 오명을 뒤짚어 쓰고 있던 지역이다. 해마다 장마가 몰려오면 침수가 다반사이던 시절.

그 해 어느날 잠실지역 폭우로 새로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은 신한은행 지점도 침수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다. 누전이 우려되는 상황. 그 은행 지점장이 지점을 찾았을 때는 상당 수 직원들이 몰려와 침수위기에 몰린 전산장비를 하나 둘 위층으로 옮기고 있었다.
다른 얘기 하나. 시장통에 일수통장을 집어든 직원들이 동전카트를 끌고 상인들을 찾았다. 이른바 출장수납을 실시하고 있던 신한은행원들. "은행이 무슨 새마을금고냐"는 다른 은행들의 비난에도 그들은 꿋꿋했다.

신한은행은 지금도 고임금 금융기관으로 명성이 높다. 예금보다 대출 수요가 많아 은행 지점장이 갑(甲)이던 시절 신한은 리베이트 관행을 철폐했다. 다른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았고 이를 지점 운영에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본점에 상납하기도 했던 시절. 신한의 시도는 무모해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생긴 수익을 고객과 임직원의 처우개선에 사용하면서 오늘의 신한은행을 만드는 발판이 됐다.

'신한 웨이(Way)' 창립 28년 만에 지금의 저축은행보다도 초라했던 신한은행이 초우량 금융기업으로 키운 저력을 그들은 이렇게 불렀다. 미국 대학 MBA 과정에 소개될 정도로 이들의 핵심 경영 코드가 신한웨이다.
농업은행과 대구은행을 거쳐 신한은행 창립의 산파역을 맡은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은 1982년 돈 빌리는 일에서 조차 차별을 받던 우리의 재일동포 들의 대부격인 이희건 명예회장과 의기투합해 신한호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신한 웨이로 달려온 28년, 100년 역사의 조흥은행과 국내 최대 카드사인 LG카드 인수를 통해 국내 선두권 금융기관으로 도약했다.

오늘 나고야에 모인 세 사람과 신한지주의 사외이사를 거친 일본인 주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각별한 애정을 가진 이들이 모였으니 좋은 중재안이 나와서 고소고발과 신 사장 해임을 둘러싸고 벌인 1라운드 싸움이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28년 동안 쌓아온 '신한 웨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앞으로 해결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금감원의 라 회장 비자금 조사와 검찰의 신 사장 배임ㆍ횡령 수사는 탄력을 받고 있고 이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배구조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17%의 재일동포 주주들도 문제지만 BNP파리바로 대표되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소액주주까지 나머지 83% 주주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당장 주가가 실망한 이서방, 김여사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 내분이 시작된 이후 그 쪽 고객들이 자산을 옮기겠다고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신한도 별거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귀띰했다. 아직까지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뱅크 런(예금인출)' 사태가 생길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년 뒤면 신한은행은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신한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 세 사람이 그동안 바친 세월을 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이 존경받는 대한민국 금융인이기 때문이다.

28년동안 동고동락한 세 사람이 이 위기를 지혜롭게 수습하고 창립 30년 기념식을 마치고 환하게 웃는 사진 보도자료를 보내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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