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일동안 15개국, 1만3100km...58번의 펑크

[김태현의 자전거 세계일주] 길이 나를 불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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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처음 오토바이로 전국을 달렸던 향수가 저를 자전거 세계일주라는 길로 인도했습니다." 패기와 열정, 그리고 젊음이 있었기에 달릴 수 있었다는 태고(Tecggo) 김태현(28)씨의 지난 2년간의 '자전거 세계일주'에 대해 들어 봤다.


2008년 5월. 나는 내 어릴적 '톰 소여'를 찾아 세계일주를 떠났다. 자전거 세계일주를 준비한지 10개월 만이다.

미국 스콧(scott)사의 sub20 2007년식 여행용 자전거와 노트북, 카메라 등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세계일주의 첫 출발지인 로스엔젤레스(LA)를 향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랜 비행끝에 LAX공항에 도착해 자전거를 조립하고 수통케이스에 물을 받은 후 1만3100km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2008년 5월11일 미국 그랜드캐년. 20억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애리조나주 북부에 위치한 그랜드캐년에서 모뉴먼트벨리로 가는 길. 자연이 만들어낸 신기한 모양의 돌들이 눈길을 끌었다.

2008년 5월11일 미국 그랜드캐년. 20억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애리조나주 북부에 위치한 그랜드캐년에서 모뉴먼트벨리로 가는 길. 자연이 만들어낸 신기한 모양의 돌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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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산타모니카 비치와 비버리힐스, 웨스트헐리우드 등)를 거치며 사막에서의 첫 텐트 생활도 경험했다. 뱀에 대한 무서움도 느낄 수 있었다. 애리조나에 도착, 그랜드캐년이 가까워 지면서 나의 라이딩은 조금씩 빨라졌다. 세계일주를 시작한지 15일만에 그랜드캐년에 도착. 숨막힐 듯한 광경이 내 눈을 놀라게 했다. 한마디로 '최고'였다. 간단한 간식과 세면을 하고 수통에 물을 채운 후 라이딩을 계속했다. 섭씨 48.3도의 쨍쨍 내리쬐는 태양과 개미, 언덕 등이 날 지치게 만들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생각하며, 속도를 올렸다.

텍사스 러레이도 등을 지나 100여일간의 미국 자전거 일주가 끝나고 멕시코라는 또 다른 세상이 나에게 손짓했다. 미국 비자를 반납하고 멕시코 임국심사대를 통해 180일의 체류기간을 받은 후 국경을 통과했다. 국경을 통과하고 처음 나오는 곳은 납치사건이 일어났던 레이노사.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줄 몰랐다.


산루이스포토시주(San Luis Potosi)에 도착한 나는 멕시코 시티쪽이 위험하다는 말에 땀비코로 간 후에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출발 지점은 길도 넓고 갓길도 있어서 좋았지만 펑크가 한 시간 간격으로 2번이나 나는 험난한 길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끔찍할 정도다.


호스텔을 떠나기전 장비 점검

호스텔을 떠나기전 장비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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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멕시코를 지나 엘살바도르와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을 거쳐 1년이 조금 지난 어느날 태양의 나라라 불리는 페루에 도착했다. 페루는 대부분의 도로가 언덕이 없는 평지로 라이딩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해발 4800m의 69호수와 세계의 배꼽, 땅의 한가운데 라는 뜻을 지난 쿠스코(cusco)를 거쳐 잉카 문명의 절정인 마추픽추로 옮겼다.


험난했던 103일간의 페루를 뒤로한 채 볼리비아로 떠났다. 특히 볼리비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볼리비아 대사관을 찾아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한국인이 볼리비아의 비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는 2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한국 교민들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많이 쳤다는데, 사기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다가 결국 볼리비아 정부에서 조사를 나오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조사 과정에서 한인들끼리도 사기를 친다는 것을 알게 돼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요구하게 됐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볼리비아에 한국 대사관이 없을 정도로 외교가 부실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인들에게 비자가 필요한 것이란 말이다. 2가지 이유 중 무엇이 정확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볼리비아와 한국의 외교 관계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


그렇게 볼리비아의 여정을 끝나고 4000m 사막의 강한 역풍을 뚫고 칠레에 입국했다.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한 지 500일 만이다. 칠레의 자연은 정말 아름다웠다. 가는 곳마다 꽃들이 만발해있었고 목장의 소를 비롯한 많은 야생동물도 볼 수 있었다.


다시 길을 떠날 시간이 됐다.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황폐한 사막의 라이딩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초원에는 정말로 많은 소들이 살고 있었다. 인구 1명당 소가 4마리 가량. 예전에는 1명당 7마리였는데 최든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소 값이 저렴해 1kg에 한화 3000원∼4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기도 해서 낚시를 할때 미끼로 쇠고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브리질 등 남미는 중앙아메리카 국경들의 치안이 심각한 것에 비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전했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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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 630일. 그렇게 빵(또르띠아)과 라면 따위로 끼니를 때우며 계속된 황량한 사막과 도로의 자전거 세계일주는 조금씩 끝을 보이고 있었다. 경비 300만원과 비행기와 자전거 비용 240만원을 포함해 총 540만원으로 시작한 자전거 세계일주. 15개국을 도는 동안 3달러짜리 방에서 자고, 텐트와 야외생활이 일상이며, 사진과 친구가 됐다. 수많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수많은 자연들의 기기묘묘한 광경에 압도된 일도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의 키가 조금은 자란 듯 하다.


이스라엘 한 여행자가 남겨놓은 메모가 생각난다. "어제는 꿈에 불과하고 내일은 단지 상상일 뿐이나 오늘을 잘 산다는 것은 모든 과거를 행복한 꿈으로 만들고 내일의 희망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을 잘 보살펴라."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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