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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김태호·강성종·강용석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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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1. 지난달 29일 오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자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8.8 개각으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21일만이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과 관련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부인의 뇌물수수 의혹과 금전거래, 재산관리 문제도 집중 추궁당했다. '위장전입'과 '투기의혹'을 받아온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자진사퇴했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사의를 받아들였다.

#2. 2일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강성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는 1995년 옛 민주당 박은태 의원 이후 15년만이다. 강 의원은 학교공금 8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날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을 제명했다. 의총에 상정된 제명안은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처리됐다. 강 의원은 지난 7월16일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당 윤리위가 처음으로 소속 국회의원을 상대로 제명 결정을 내렸었다.
요즘 정치권이 수상하다. 국회도 청와대도 종전과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전격적이었던 것이 김 후보자의 사퇴였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준 표결도 하지 않고 포기했다. 과거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가 국회 표결에서 동의를 얻지 못한 것과는 다르다. 대통령이 점 찍은 총리 후보자를 당내 측근들조차 외면하자 대통령도 결단을 미룰 수 없었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집권후반기 '공정한 사회'를 국정이념으로 세우면서 내세운 젊은 총리였지만 국민들이 이해못할 의혹들을 갖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총리와 장관의 사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사회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후임 총리도 이같은 국정이념에 걸맞는 인물을 대상으로 물색하고 있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존경받는 총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나라당은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며 "법앞에는 누구도 특권을 누릴 수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강용석 의원 제명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인 만큼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는 분위기다. '공정한 사회'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제명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분명 정치권의 화두는 '공정한 사회'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공정한 사회'에 대의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지면서도 경계하는 눈빛을 감추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적용했던 기업들은 정치권의 '공정한 사회'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이 대통령이 "이제까지는 열심히 하는 것으로 경제성장을 했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공정한 사회가 아니면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기업들이 대·중소기업 상생, 미소금융 등에 동참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공감대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공정한 사회'가 유행처럼 흘러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집권후반기에 대기업을 목죄는 명분거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친서민에 바탕을 둔 '공정한 사회'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경제인들도 적지 않다. 이같은 우려는 정치권 스스로 씻어내야 한다. '정치개혁을 할 때가 됐다'는 한 기업인의 목소리가 여운을 남긴다.

"대한민국 경쟁력을 갉아먹는 곳이 국회 아닙니까. 이제 정치가 '3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깨끗해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정치를 바로 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겁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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