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컨테이너 '뜨고' BDI '지고'

해운 업황 주도권 이동..원자재 수요 줄고 완제품 무역 늘어

해운 업황 주도권 벌크→컨테이너 이동
원자재 수요 줄고 완제품 무역 늘어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해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업황 주도권이 벌크선에서 컨테이너 시장으로 옮겨가 관심을 끈다.

지난 연말부터 해운 경기를 이끌어 온 벌크선 시장이 중국발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올 들어 시황 변동성을 키운 사이 컨테이너 시장은 글로벌 물동량 폭증과 운임 인상 등에 힘입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컨테이너 운임을 나타내는 HR용선지수는 19개월 만에 600선을 돌파하면서 '고공비행'하는 반면 벌크선 시황을 가늠하는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2500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 '빅3'도 주력 사업 비중에 따른 실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조짐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HR지수는 611.8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1월11일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600선을 돌파,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330대에 머물렀던 연초 대비 HR지수는 80% 이상 올랐다. 2분기 중국 컨테이너 운임 지수인 CCFI도 1171.5까지 올랐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호전되면서 물량이 급증한 데다 3ㆍ4분기 계절적 성수기를 앞둔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171만800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133만3000TEU)보다 28.9% 증가했다. 기존 월간 최대 물동량이었던 2008년 3월(165만3000TEU)보다 3.9% 많은 사상 최대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선사들이 할증을 붙이는 등 잇따라 운임을 인상하는 것도 지수 상승에 한목하고 있다.

반면 BDI지수는 지난 25일 현재 2501을 기록해 전주 대비 7.2%(193p) 하락했다. BDI지수는 지난 달 26일 연중 고점(4209)을 찍은 이래 4주 연속 40% 이상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해 벌크선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철광석과 석탄 수송 수요가 급감했고 중국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해운 경기 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 및 전문가 예측이다. 벌크선의 경우 오는 4분기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BDI지수가 연고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가 높지만 1만선을 넘어서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에 이어 내년 해운 경기는 전반적으로 호전되는 방향성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벌크선보다는 컨테이너 시황이 더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국내 해운 기업들의 실적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지난 4분기를 기점으로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컨테이너를 주력으로 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비해 벌크선 비중이 높은 STX팬오션은 더딘 실적 회복세가 예상된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9월까지는 계절적인 성수기로 2분기보다는 3분기 실적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와 벌크선 비중이 각각 65대 35인 현대상선 관계자는 "최근 들어 컨테이너 박스 품귀가 빚어진 것을 보면 물량이 얼마나 늘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다"면서 "그간 선박 계선과 감속 운항의 결과로 박스의 빠른 회복이 안 되고 있어 성수기가 도래하면 부족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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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기자 kimh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