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증시가 하루 휴장한 2009년 12월31일. 국내 금융권에 때아닌 관치금융이 화제가 됐습니다. 정상적인 인선과정을 거쳐 선출된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정식임명을 위한) 주주총회를 1주일 앞두고 자진사퇴하면서 정부의 입김 얘기가 회자됐습니다.
감독당국의 사생활까지 들추는 고강도 압박에 결국 강 내정자가 백기를 들었고, 인선을 강행한 일부 사외이사 교체론까지 대두되기까지 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임과정에서 전권을 휘두르고, 그 과정에서 회장 후보 2명이 사퇴해 감독당국의 간섭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금융권은 이번 사태를 시범 케이스라며 "앞으론 알아서 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고위 경영진 선임때마다 정부 눈치를 보게 생겼단 불만입니다. 전임 황영기 회장이 눈에 찍혀 옷을 벗고, 그 후임자까지 선임되기도 전에 낙마했으니 권력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셈입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59%에 달하는 외국인 등 일반 주주들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최대금융기관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확인시켜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치논란과 별개로 주식시장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일부 격앙된 금융권 관계자들이 IMF 체제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도 "차라리 정부 코드에 맞는 사람이 오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주판알을 튕길 정도입니다.
일단 증권가의 이번 사태에 대한 평가는 '중립'입니다. 최고경영자(CEO)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므로 CEO 인선과 주식과는 별개란 생각입니다. 회장 인선의 잡음이 당장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는 수준도 아니란 평가입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팀장)은 "특히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긍정론과 부정론이 있었다"며 "후속 인선 과정이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60% 가까운 지분을 보유중인 외국인들의 입장도 제각각이라고 합니다. (정부 코드와 맞는) 힘있는 사람이 와야 좋다는 외국인이 있는가 하면 금융권 주장처럼 관치가 결국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쪽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사태 발발 전 KB금융에 대한 증권사들의 의견은 '매수' 일색입니다.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나온 KB금융지주에 대한 6개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모두 '매수' 의견입니다. 11월 이후 나온 15개사 의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2월 이후 나온 목표가만 따지면 최저 7만1000원(이트레이드증권)에서 최고 7만8000원(한국투자증권)까지 모두 7만원대입니다. 특히 7만원대 후반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이 다수입니다.
증권사들은 KB금융지주의 꾸준한 이익과 외환은행 M&A 가능성 등에서 투자포인트를 찾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 제목을 '거북이의 승리'라고 달았습니다. 이익 개선 속도가 느린 까닭에 주가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2007년까지 평균 21.6%를 받던 프리미엄은 지난 2년간 자취를 감췄지만 4분기 이후 순이자마진의 빠른 회복세에 힘입어 프리미엄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미 업계 최고의 자본량을 확보함에 따라 M&A를 통한 효율적 자본 활용이 가능해졌다며 내년 상반기 중 외환은행과의 M&A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분석을 재개한 신한금융투자는 KB금융지주를 펀더멘탈과 모멘텀을 겸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적정주가는 7만4000원을 제시했습니다. 2010년 EPS 성장세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우수한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고, M&A 관련 모멘텀을 지니고 있음에도 밸류에이션 수준은 여전히 매력적이란 설명입니다.
목표가 7만7000원을 제시하고 있는 한화증권도 "느리지만 꾸준히 간다"는데 점수를 줬습니다. 타은행대비 늦은 NIM 개선으로 2010년 기준 NIM의 상승폭이 국내 은행 중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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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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