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달러규모...재정건전성 정상화 과정..출구전략 시점 암시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내년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한도가 올해의 3분의 1 수준인 20억 달러로 낮아진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외국환평형기금 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외화 외평채 발행 한도는 20억 달러로 잡았다. 기준 원·달러 환율 1230원에 맞추면 2조 4600억 원이다.
이는 올해 한도액인 60억달러(6조6000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원래 매년 10억 달러 규모로 외평채를 발행해왔다”며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외화 유동성도 좋아졌기 때문에 20억 달러면 적정하다”고 밝혔다.
외화 외평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0억 달러 규모로 발행한 걸 제외하면 거의 매년 10억 달러씩 발행해왔다. 2007년에 건너뛴 뒤 작년에는 금융위기 직전에 10억 달러를 발행하려다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단했다.
올해는 60억 달러의 한도 가운데 지난 4월 30억 달러를 발행했으며 나머지 30억 달러 어치는 발행하지 않은 상태다. 외평채는 환율이 급변동할 때 환율안정에 사용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외환보유액으로 적립된다.
따라서 외평채 발행 축소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출구전략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국내은행의 외화차입 여건도 크게 개선된 시점에서 굳이 외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위험 지표인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대(6일 기준 99bp)로 떨어진 것도 그동안의 외화유동성 개선 및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졌진 점 등이 두루 반영된 결과다.
CDS 프리미엄은 외화표시 채권의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책정되는 신용파생 거래 수수료다.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커져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뜻으로, 수치가 낮아지면 대외 신용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외화유동성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하반기 외평채 잔여물량 발행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재정부에선 환율, 은행권 외화차입여건, 외평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외평채 자체가 남의 돈을 빌리는 일종의 부채이고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 등으로 추가 발행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국가채무가 올해 366조원보다 41조1000억원 증가한 407조1000억원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외평채 발행이 자칫 재정의 건전성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7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375억달러로, 세계 6위에 랭크돼 있다.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한 상대적인 규모로는 GDP 대비 약 20%에 달해 세계 8위에 해당한다.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증가시킬 경우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평채의 조달금리가 높은 반면, 외환보유액의 달러를 운용할 때는 주로 제로금리에 가까운 미국 국채를 사게 됨으로써 생기는 이자 손실이 포함된다.
또한 외환보유액의 과다 보유는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부담을 안겨준다.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는 바람에 시중에 원화 유동성이 늘어날 경우 물가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의 매각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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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정부의 외평채 발행 등 외환보유액 확충 행위를, 수출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장 개입'으로 보거나 '대외 의존도가 높아 취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간접적 비용도 무시 못한다.
정부가 내년 외평채 발행을 예년보다 10억 달러 높지만 올해의 3분의 1수준으로 낮춘 것은 외환보유액의 비용과 효율성을 동시에 감안한 절묘한 규모라는 평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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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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