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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매버릭] 선구자 vs 추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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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은 종목 없어요?”
코스피지수가 1700선마저 돌파하자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좋은 종목이 왜 없겠는가. 주가지수가 1700선까지 오르고 시가총액 상위종목조차 하루 10%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하는데 좋은 종목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탈일 지경이지.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는 종목이 즐비하고 주가 상승세가 거침없이 이어지자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한 사람들이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들은 다 버는 것 같은데 자신만 허탕치고 있는 게 바보스럽게 생각되면서 어떤 종목에 올라타야 남들과 어깨를 맞출 수 있는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주가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대세상승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앞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찾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10%를 먹든 2배짜리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든, 심지어 대박을 터트리는 일도 가능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 운이 좋으면 생각 밖으로 이익이 커질 것이고 남들한테도 우쭐댈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가 빠졌다. 지난 3월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밑돌 때 어떤 생각을 했냐는 점이다. 그때부터 좋은 종목을 찾으려고 혈안이었던 사람이 현재도 그렇다면 재테크의 지존으로 불려도 과찬이 아니겠지만 남들이 다 주가상승세에 취해서 흥청망청하는 이제서야 판에 끼겠다고 기웃거리는 건 아니다.
이런 일은 비단 주식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군중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산영화가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5000만 인구의 5분의 1이 그 영화를 봤다면 아무리 못해도 극장에 갈 수 있는 사람의 3분의 1은 그 영화를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 많은 관객이 들었다니 대박을 터뜨린 영화가 틀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영화니까 1000만명이 보러 간 것일까 아니면 남들이 다 봤다고 하면서 그 영화 얘기를 하니까 ‘왕따’를 면하기 위해 “나도 봤다”며 대화에 동참하기 위해서일까.

맛집 찾기다니기도 마찬가지다. 맛있다고 하니 엄청나게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사람의 취향이나 입맛이 다 다를텐데 어쩌면 먹고 나오는 대부분이 “아, 진짜 맛있다”고 만족을 할까.
그토록 기다렸고 남들이 다 맛이 있다고 하는데 혼자만 “별로였어”라고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신혼여행도 마찬가지. 생애 첫 여행지를 고를 때도 남들이 좋다는 곳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곳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돈 문제 등 여건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충 유행이 지난 곳을 고르면서도 만족한다.
진정 신혼여행지가 좋았는지, 신혼여행이니까 모든 게 좋을 수 밖에 없었는지는 다른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다시 보면서 처음보다 더한 감동이 느껴지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어지간한 중견기업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는 맛 집을 다시 찾지 않는 이유가 단지 긴 줄을 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어서일까. 자신보다 늦게 결혼하는 사람한테 “내가 갔던 신혼여행지는 절대 가지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어떤 평가도 나오기 전에 먼저 본 뒤 좋다고 한 영화가 대박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장사가 별로 안 되는 집이었는데 맛에 감탄해 주위에 알렸고 나중에 또 한번 가보니 문전성시를 이루는 적도 있다. 남들이 안 갔고 앞으로도 안 갈 것으로 생각되는 한적한 곳을 골랐는데 나중에 보니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꼽힌 경우도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진정 돈을 벌려고 궁리를 거듭하다가 싸 보이는 주식을 산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다 돈을 벌었다고 하니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오른다고 하는 주식을 산 것인지.
물론 추종자는 편하다. 그러나 선구자의 재미는 모른다.

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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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기자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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