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송광섭 증권부장] 세계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는 점에 누구나 공감을 표하지만 그 회복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시장 참여자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빚어낸 금융위기 여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급한 수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완전치유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시장과 실물 경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가장 나쁜 상황에서 비켜났을 뿐이다.


나이젤 로슨 상원의원(전 영국 재무장관)은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지난 23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의 설계'라는 주제의 국제컨퍼런스에서 "이번 글로벌 위기로 인해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며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제의 틀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새로운 금융시스템 도입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고 전보다 심화된 '혼돈과 격동'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 또한 금융위기 이후 도래한 빨라진 환경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하루아침에 도태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비즈니즈 리더들은 크고작은 격동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에 맞는 위기 대응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 시기를 잘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혼돈의 나락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 위기 극복과정에 있는 세계는 지금 무한한 기회가 넘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위기 또한 상존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 경제의 흐름과 권력, 패러다임은 미국과 유럽에서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신흥국으로 중심 축이 이동되고 있다. 산업혁명을 모태로 성장한 영국과 미국 중심의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이어 제3의 권력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상황을 보면, 다행스럽게도 관계 부처에서 현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단정짓고 경제 시스템을 총가동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제여건상 불확실성이 크고, 유가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가능성 등 하방위험요인도 존재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동안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등을 통한 학습효과 등에 힘입어 나름 치밀한 경제 전략를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려진다.


여기서 범위를 좁혀 국내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를 들여다보자.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에 이어 MSCI 편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달러 약세 훈풍을 타고 외국계 자금이 속속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핵문제와 노사문제 등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형주 위주의 쏠림 현상으로 중소형주 소외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코스닥시장이 시장은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다. 세계선진지수 수준의 회계 시스템 도입과 기업 공시 및 IR체계 구축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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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경제 비중과는 달리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현격하게 낮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대다. 위상으로 볼 때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와 같다. 증권과 파생상품을 죄악시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증권사와 은행사간 CMA 영역 장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자본시장 균형발전이 아니라 각기 영역 확대에만 전념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증시 상승기를 맞아 고객 수요와 니즈에 맞는 투자대상 개발도 절실하다. 간접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판매직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갑자기 생리낙과(生理落果)라는 말이 떠올랐다. 감나무와 매실나무 등 유실수들은 최종 성장 과실을 내놓기 까지 수차례에 걸쳐 수백개에 달하는 쓸모없는 과실을 골라 떨궈낸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고통과 아쉬움이 있다. 튼실한 과실은 결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송광섭 증권부장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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