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여파로 교착 상태에 빠진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을 구제하는데 총대를 멘 미국의 정부 기관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기금이 급속하게 소진되면서 이들 기관에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돼 주목된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주택국(FHA)은 대출 보증금에 대한 현금 보유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를 하회했다고 밝혔다. FHA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위기 이후 대출 보증을 제공했고, 혜택을 받은 이들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FHA는 대출 부실에 대비해 보증 금액의 최소한 2%를 현금으로 비축해야 하지만 최근 기준에 미달한 것.

주택 시장이 활황이었을 당시 주택 투자자는 FHA를 외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업체와 달리 소득증명서를 포함해 까다로운 서류와 3%의 다운페이먼트를 요구했기 때문.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후 대다수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가 문을 닫았고, 은행은 부실을 우려해 주택담보대출에 나서지 않자 FHA의 문을 두드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FHA의 시장점유율은 급속히 상승했다. 대출 보증 시장의 점유율이 2006년 2.7%에서 2분기 말 현재 23%로 수직 상승했고, 보증 규모 역시 지난해 4290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6270억 달러로 추정된다. 보증한 주택 대출 가운데 약 8%는 90일 이내로 만기가 돌아오거나 차압 상태다. 1년 전 5.4%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 이 때문에 지난 2007년 6.4%에 달했던 보증금 대비 현금 보유 비중이 2%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대출 보증에 대한 수수료를 높이면 기금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 인상에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이 다시 냉각될 수 있어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 머지않아 FHA가 재무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파산한 지역은행은 1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94개에 달한다. 파산 은행의 고객들에게 예금을 상환하느라 기금은 바닥을 드러내는 실정이다. 파산 은행의 자산을 다른 금융회사에 매각하고 있지만 기금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FDIC의 기금은 2분기 말 104억 달러로 집계됐고, 이는 1990년대 초 저축대부조합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다.


FIDC는 기금을 늘리기 위해 뽑아들 수 있는 카드는 그리 많지 않다. 쉴라 베어 FDIC 의장은 지난주 조지타운대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은행권에 부과하는 예금보험 수수료 인상이나 채권 발생, 재무부 지원 요청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은행권은 수수료 인상에 반기를 들고 있다.


NYT는 두 개 정부기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부동산 시장과 금융시스템을 회복시키는 데 정부의 자금력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모기지 업계의 한 관계자인 루 반스는 FDIC의 기금 누수가 가까운 시일 안에 멈추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수혈한다 하더라도 자금이 시장으로 빠져나가버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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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FHA는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주택 보증 부문에서 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기금의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공황 당시 출범한 FHA가 사상 최초로 최고위기책임자(CRO)를 선임한 데서 자금난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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