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세분화 해야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꼬박 1년이 흘렀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 개혁에 착수했다. 금융권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은행 자본 확충을 요구하고 보너스 규제를 마련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대답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본질을 비켜나가는 ‘수박 겉 핥기’ 식의 개혁안들이 쏟아졌지만 그 나마도 경제회복 이후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 하원 재무위원회의 존 맥폴 의장과 ‘체이싱 알파(Chasing Alpha)’의 저자 필립 아우거는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공동 기고를 통해 이같은 현실이 닷컴 붕괴 이후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그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은행 업무의 분리’를 들었다.


◆뒤늦은 대책, 또 다른 위기 부른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이 터지고 난 뒤 미국에서는 주가조작, 연구결과의 왜곡, 회계부정 등과 같은 버블 시절 보이지 않던 추악한 월가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워싱턴은 곧 리서치 애널리스트와 투자 은행가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차단하고 기업 경영진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금융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고 규제가 시행되기 시작했을 때 쯤에는 이미 투자 은행들과 기업들 사이에 더 위험한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은행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들로, 이후 발생한 금융위기의 씨앗이 됐다.


맥폴 의장과 아우거는 최근 주요20개국(G20)의 금융위기 방지 대책과 관련해 “우리는 이번에도 정확하게 똑같은 실수가 일어난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질적인 금융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업무, 더 세부적으로 나눠야


이들은 현재 은행들이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업무를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은행들은 예금예치와 같은 수신업무와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 대출 등 여신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거래에 있어서 양 당사자 모두를 대변해 행동한다. 자본시장에서 자본(이윤)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것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모순이 일어나고 상호간 이익 상충이 발생하는데 이는 다른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공정한 일이라는 것. 맥폴과 아우거는 이에 대해 “은행들은 좋을 때는 도둑놈처럼 도망 다니기 바쁘고 일이 잘못돼 납세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될 때가 되면 꿀 먹은 구경꾼처럼 방관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은행과 보험, 증권의 통합경영을 불가능하게 하는 '글라스-스티걸법'을 넘어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깨부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금융(corporate finance)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고문 서비스와 자기 거래(proprietary trading) 등은 모두 개별적으로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신과 여신업무를 분리하자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AD

맥폴 의장과 아우거는 이렇게 했을 때 오버트레이딩(overtrading)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해결될 뿐 아니라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대마불사(大馬不死)’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G20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보너스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것.


이들은 “경제가 아직 취약한 당장 금융 시스템을 뒤엎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정책자들이 이런 것들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