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한 미·일 관계’를 표방하며 새 정부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9일 사민·국민신당과의 연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대등한 외교’를 전제로 한 연정 합의 내용에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양당과의 연정에 발목이 잡혀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민주·사민·국민신 3당의 연정 합의문에는 현재 5%인 소비세율(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인상 보류를 비롯해 우정민영화 재검토 등 10개 항목이 포함됐다. 쟁점이었던 외교·안전보장에 관해서는 ‘긴밀하고 대등한 미·일 동맹관계’를 조건으로 주일 미군기지 이전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연정 합의서 내용은 연정 논의 단계에서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지만 대등한 외교를 주장해온 사민당의 요구가 적지 않게 반영돼 있다. 이 때문에 하토야마가 3당의 연립과 대아시아 관계를 우선시한 나머지 그 동안 일본이 쌓아온 미·일 동맹관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조바심이 불거지고 있다.


사실 미·일 관계의 진통은 지난 2일 뉴욕타임스(NYT)에 하토야마 차기 총리 내정자의 글이 실리면서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NYT는 "하토야마 대표가 미국식 자유시장경제를 시장원리주의라고 비판하고 미국 주도의 세계화는 끝났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 동안 자국을 지지해온 일본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4일 하토야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자신은 반미주의자가 아니다”며 “일본 외교의 기반은 미·일동맹”이라고 거듭 강조해 NYT의 보도에 대한 미국 측의 불안을 일단 수습했다.


하지만 이번 3당 연정 합의문에는 미·일 지위협정 개정 제기, 주일미군 재편 및 기지 운용 재검토 등 반미 성향이 강한 사민당이 요구한 내용이 포함, 민주당의 본의와 달리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앞서고 있다.


정계에서는 결국 민주당과 연정을 맺은 사민, 국민신당이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서로의 주장을 고집하다 하토야마 정권을 파탄으로 몰고 갈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토야마의 당초 정권공약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 이전문제에 대해 미군 측은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내년 1월 만료되는 인도양에서의 해상자위대 급유활동에 대해 사민당은 즉각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세는 해상자위대의 철수는 곧 일본의 국제공조 활동에서의 후퇴를 의미한다며 자위대의 철수를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출범도 하기 전부터 난항에 부딪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480의석 가운데 민주 308, 사민 7, 국민신 3석인만큼 중의원 선거에서 확보한 의석수대로라면 그리 우려할만한 일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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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당과의 친분으로 입각설이 나오고 있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 대학 교수는 향후 미일 관계에 대해 “미국은 힘을 갖고 있어 빠르게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동맹이 불가피하다”며 “미국과 일본이 대등한 관계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관계를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카키바라 교수는 하토야마의 아시아 공동 통화 구상에 대해서는 “장기적 과제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는 20~3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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