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짊어지며 걸어가는 이들을 본적이 있는가? 본적이 없을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당수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짊어지고 있다. 어떻게?
집 자체는 아니더라도 집을 소유하기 위해 사람들의 어깨에는 집의 가격만큼 무거운 빚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빚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갚아 나가야 할 돈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해야만 했던 것들을 포기한 채 얻어낸 대가일수도 있다. 그 포기한 것들은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일수도 있고, 부모형제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pos="L";$title="";$txt="";$size="192,143,0";$no="2009090223123376443_2.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이 땅위에서 내 집을 갖겠다는 큰 꿈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 말고도 집을 짊어지고 있는 이는 또 있다. 보다 정확히는 집이 하늘로 날라갈까봐 그 집을 짊어지고 있는 한 노인과 아이가 바로 그들이다. 영화 업(UP)은 집과 그 집을 둘러싼 이들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다.
업의 내용은 이렇다. 모험을 동경했던 소년 칼 프레드릭슨은 똑같이 모험가의 삶을 동경했던 소녀 엘리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사랑하게 되고 결혼해서 평생을 같이 산다. 살면서 이들은 언젠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들이 동경했던 모험을 떠나려 하지만 현실 생활에 번번이 가로 막혀 이들의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칼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게 된다. 무엇인가를 하기보다는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으로 삶을 살아가던 칼 할아버지는 아내와 평생을 같이 살았던 집을 떠나 양로원에 보내지게 된다. 이때 할아버지 칼은 일생일대의 결정을 한다. 집에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그 모험의 현장으로 날아가기로. 그리고 칼 할아버지와 새로 만나게 된 친구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진다.
업이라는 영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알고있다시피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됐고,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고통을 안겼다. 아직까지도 경기침체의 여파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집'에 대하여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영화 업에서는 모기지의 ‘모’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두둥실 하늘을 떠다니는 집과 날아가려는 집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할아버지가 나올 뿐이다. 하지만 풍선을 따라 두둥실 올라가는 집은 집값에 버블이 생겨나면서 일순간 폭등하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또 집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며 어떻게든 파라다이스 폭포위에 집을 가져가겠다는 할아버지의 바람과 원하는 곳에 번듯한 내 집 한 채를 갖기를 원하는 현대인의 바람 역시 서로 닮아 있다.
$pos="C";$title="";$txt="";$size="500,213,0";$no="2009090223123376443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이런류의 비교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이를테면 오즈의 마법사를 두고서 벌어졌던 정치경제적 해석들을 참고해봐도 좋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신었던 은구두, 걸었던 황금길, 여행의 종착지였던 에메랄드 성, 같이 여행을 떠났던 친구들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찾아보는 것은 나름 흥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참고로 오즈의 마법사는 금본위제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업은 이런 식의 비유를 통한 접근이라기보다는 직접 그 이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pos="C";$title="";$txt="";$size="500,271,0";$no="2009090223123376443_6.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pos="R";$title="";$txt="";$size="193,180,0";$no="2009090223123376443_7.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칼 할아버지는 집을 짊어지고 안간힘을 써가며 목표였던 파라다이스 폭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부인과 함께 모험을 꿈꾸며 파라다이스 폭포를 가려 했지만, 이젠 부인과 모험의 꿈 없이 오로지 파라다이스 폭포위에 집을 올려둬야겠다는 집념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본인의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거나 어떠한 모험이 되지 않더라도.
또 귀찮아 하기는 했어도 영 싫지 않았던 새(어떤 면에서는 친구) 케빈이 위험에 맞았을 때조차 할아버지 칼은 케빈을 돕지 않고 집 지키기를 선택했다. 정말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 그 자체이지만, 칼 할아버지는 과거의 행복의 기억이 남긴 집에만 집착을 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칼 할아버지는 이후에 집에 대한 태도 자체를 완전히 달리한다. 집은 자신의 추억과 기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곳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달리 돌아보게 되자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삶을 채워갈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앞으로 해야 할 모험의 기록을 위해 만들었던 My Adventure Book이 이제 일상 속에서의 모험 가득한 삶의 기록으로 채워나가는 My New Adventure Book이 된 것이다.
칼 할아버지는 풍선(어쩌면 버블일지도 모르는)에 집을 메달아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모험을 떠나면서도 풍선이라는 것이 며칠 지나지 않으면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집은 삶의 수단에 불과하며 인생에는 삶을 값있게 만들어줄 수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현실 속에 사람들은 여전히 그 집에 집착하고 또 집과 함께 떨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무한히 올라갈 것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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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이야기가 심상찮게 나오니 집값 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고 하니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일 지도 모른다. 다시 부동산에 열광하고, “그 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둘걸”하고 후회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집은 풍선을 달고 하늘로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집은 단순히 투자의 대상이나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분명 집이 삶에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집이 삶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다른 가치와 삶의 목표가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인생의 노트에 있는 여백을 가득 채우는 것이 우리의 삶을 Up하는 게 아닐까? 이것이 바로 칼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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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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