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은 지난 3월 영국 재무부로부터 부여받은 1500억 파운드 규모의 채권 매입 권한 가운데 지금까지 1250억 파운드를 채권매입에 사용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무부가 부여한 '실탄'을 대부분 소진한 가운데 영란은행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블룸버그 통신이 5일(현지시간) 주요 프라이머리 딜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란은행이 채권매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응답은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JP모건 등 8곳에 달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에서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영란은행이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려 들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제이미 썰 씨티그룹 채권담당 스트레터지스트는 “영란은행은 할 만큼 했다”며 “아마 이번 발표에서 영란은행은 채권매입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함과 동시에 필요할 경우 언제든 이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지만 경제가 이미 회복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장 이를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영란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내년도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G-7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을 전망이다. JP모건체이스의 프란시스 다이아몬드 채권 담당 스트레터지스트는 “정책자들은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경기부양책을 확대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란은행이 양적완환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 베팅한 BNP파리바는 성장률 전망을 근거로 “아직까지는 영국 경제가 너무 약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전망에 의하면 올해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를 기록한 뒤 내년 +0.85%의 미미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롬바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마이클 테일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부양책의 목표를 아직까지 달성하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영국상공회의소도 이날 "영란은행이 최근 지표 때문에 그릇된 결정을 해선 안된다"며 "프로그램은 계속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중단될 경우 소비자들은 이를 영란은행이 곧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한편,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발표는 한국 시각으로 6일 오후 8시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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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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