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희망이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의 패권을 굳건하게 장악하고 있을 때부터 일부 석학들은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 중심의 질서 재편을 예견했다. 잠룡의 부상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현 가능성이 요원한 일로 받아들여질 뿐이었다. 2007년 가을 수면위로 부상하며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그 가능성을 크게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기침체로 인한 성장률 둔화는 아시아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이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반납하고 지난 1분기 6%에 턱걸이한 것을 포함해 아시아 주요국도 선진국과 함께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아시아에서 찾아야 한다는 대명제가 바뀐 것은 아니다. '미국이 감기 걸리면 아시아는 독감에 걸린다'는 과거의 통설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이 탈진한 선진국을 일으켜세우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내수 시장이 살아 있다는 점이 아시아 지역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이 둔화될 우려가 있지만 내수 진작을 통해 이 여파를 상당 부분 희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은 쏠쏠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컴퓨터 및 IT 장비부터 저가 항공권까지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 총 매출의 70% 가량을 아시아 시장에서 창출하는 스탠다드 차터드은행이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잉 유동성을 양산하며 금융위기를 일으킨 파생상품 관련 부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금융시스템에 쏟아 부은 미국과 달리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구조화 금융상품이 자금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서구와 달리 아시아 지역의 금융시스템은 상대적으로 투명하다.

 다년간 무역 흑자를 달성하며 축적한 외환보유액은 아시아 신흥국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서구의 금융위기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완충제가 되어 주기 때문. 물론 기업과 가계 부문의 부채 문제가 없지 않지만 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세계 경제 석학들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기 둔화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완만하고 짧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템플턴 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대표는 "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악천후에 비교적 노련하게 대비하고 있다"며 "아시아 주식시장은 글로벌 증시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고, 이는 향후 경기 전망이 밝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 IB들은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8%대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베트남이 올해 4.5%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성장 전망을 각각 3.6%, 2.5%로 제시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지난 10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국가의 경우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