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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인' 정문수씨의 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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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사회복지과 정문수 팀장의 또 다른 이름 ‘시인 정문수’

“요즘 공무원들 퇴근 시간이 보통 밤 9시에서 10시입니다. 그것도 이른 시간일 때가 많죠. 일로 지칠 때가 많지만 저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아름다운 시상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항상 제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메모수첩을 꺼내 볼펜으로 적어놓지요. 까맣게 변해버린 그 수첩을 볼 때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송파구청 사회복지과에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문수 (59)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기만 하다.

자신이 걷고 있는 또 하나의 길인 문학 세계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올 4월 세 번째 시집인 ‘황산벌의 들까마귀’를 발간한 정씨는 아름다운 말을 제공해 독자들이 미소를 머금게 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문수씨는 지난 1977년에 행정 9급으로 공무원에 임용됐다. 자기가 맡은 일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해내는 그의 성격 덕에 직장 내에도 일 잘한다는 칭송이 자자했지만 정작 본인의 마음 한편엔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시인’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 동료 선후배들이 대부분 저녁 빈 시간을 거리에서 하릴 없이 소모하거나 잡기 등으로 소일할 때에도 그는 책상머리 앞에서 ‘시’라는 것에 몰두하고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서 자기개발에 힘 쏟았다.

서예, 스킨스쿠버, 수화, 중국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아마추어 무선사 자격증까지 있을 정도다.

그에 대한 값진 결실이 나타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월간지에 ‘어머니의 강’ 외 2편이 당선되는 영예를 안고 시인으로 등단한 것이다.

지금껏 글밭 주변을 서성거리다 ‘늦깎이 공무원 시인’으로 명함 하나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실제 고등학교 때 문예반 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시인의 꿈’을 꾸며 다양한 문학을 습작해 왔으니 그로서는 ‘시인 정문수’라는 어엿한 이름을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송파문학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인 정씨는 1년 뒤 동인지로 ‘시인 공화국’을 발간하고 이번에 ‘황산벌의 들까마귀’라는 시집을 냈다.

군대 보낸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을 사실감 있게 엮어 쓴 시집으로 일간 서점에서 꽤 인기가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가시고기와 같아요.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니까요”

아들 둘을 키우고 있지만 엄한 아버지라는 명목 아래 정작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는 정씨는 이 시집으로 부성애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터뷰 중에도 자녀 생각에 가슴이 울컥하다며 눈물을 머금은 그의 시에는 아버지로서의 애환이 가득 담겨 있다.

퇴직을 1년 앞두고 있는 그에게 공무원과 시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아니요”라고 답한 그는 “오히려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서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정책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시를 쓰면 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돼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문수 씨는 앞으로 ‘공무원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본업인 공직 근무에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3년간 사회복지과에 몸담았다는 게 뿌듯하다는 그는 뒤를 돌아보면 도움 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들과 소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적어놓은 시만 해도 200수가 넘을 정도. 그는 현재 이 시들을 모아 ‘수선화의 눈물’이라는 시집을 발간 준비 중에 있다.

공무원으로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시인으로서도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한다는 게 그리 만만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직사회에 발담아 온 여태까지의 삶이 튼튼한 뿌리가 돼 준다면 그가 선택한 또 하나의 길, 시인의 길에서는 더욱 빛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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