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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깜짝성공 요인 3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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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작이었던 KBS2 '꽃보다 남자'가 지난달 31일 종영한 뒤 6일 방송된 '내조의 여왕'은 전국 시청률이 10% 초반(이하 TNS미디어 코리아 집계 기준)에서 20%로 뛰어오르는 이변을 연출하더니 7일 방송분은 21.3%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막장 드라마가 대세인 상황에 '내조의 여왕'은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아줌마 드라마'로 승부수를 띄워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크린 스타들이 브라운관에서 추풍낙엽처럼 줄줄이 나가 떨어지고, 화제작들이 10% 내외의 참담한 성적으로 충격을 주는 마당에 '내조의 여왕'의 성공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내조의 여왕'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은 바로 드라마의 기본적인 성공 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 'CF퀸' 김남주의 변신

'내조의 여왕'의 성공에 김남주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은 부정하기 힘들다. 김남주의 캐스팅 소식은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화제였다. 'CF여왕' 김남주가 영화 '그놈 목소리' 이후 2년 만,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이후 8년 만에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막강 '꽃보다 남자'에 대적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꽃보다 남자'는 2009년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김남주를 스타로 떠받들던 1990년대 시청자들과 2009년 시청자들은 전혀 딴판이기에 8년간의 브라운관 공백이 성공을 보장할 리는 만무했다.

영화 '과속스캔들'의 차태현이 자신의 현재와 어울리는 캐릭터, 즉 살짝 망가진 스타의 모습으로 흥행을 이끌어냈듯 김남주도 마찬가지의 전략을 통해 성공을 일궈냈다. 불혹을 바라보는 예비 중년 아줌마 캐릭터였다. 김남주는 전성기 시절의 미모와 인기에 집착하는 대신 자신의 현실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해 이른바 '망가지는' 모험을 시도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과 눈높이를 맞춘 배우 김남주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천지애의 매력, 캐릭터의 앙상블

천지애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은 톱스타 연예인의 몰락을 바라보는 대중의 이중적인 시선과 정확히 일치한다. 쾌감과 동질감, 연민 등이 교차하는 것이다. 고교 시절 '퀸카'였던 지애는 못난 남편 때문에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다. 권력자가 야인이 된 것이다. 미모라는 권력을 지니고 있던 철없는 악녀가 억척스런 '평강공주'가 된 점 또한 흥미로웠다.

천지애의 매력은 무엇보다 당당함에 있다. 천지애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그네틱'을 '마그네슘'으로, '새옹지마'를 '다홍치마'로 혼동하는 푼수이지만 25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을 양봉순 앞에서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못난 남편을 성공시키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지도 히스테리를 부리지도 않는다. 자긍심을 잃지 않으며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매사에 당당하다.

천지애가 빛이 나는 건 이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콤플렉스를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양봉순(이혜영 분), 똑똑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지애의 남편 달수(오지호 분), 지애와 늘 티격태격 싸우는 태준(윤상현 분), 고교시절 사랑했던 지애를 잊지 못하는 준혁(최철호 분) 그리고 태준에게서 외면당하는 아내 소현(선우선 분) 등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천지애와 함께 앙상블 효과를 낸다.


◆ 시대를 반영한 공감대

김남주의 변신도, 캐릭터들의 조화도 훌륭한 대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조의 여왕'을 쓴 박지은 작가는 이른바 '줌마렐라' 식의 황당무계한 성공담이나 '아내의 유혹' 같은 막장 드라마 콘셉트를 철저히 배제하고 세태를 풍자한 코믹극에 초점을 맞췄다. 명문대를 졸업한 백수, 여고 동창생의 지위 역전, 경제불황과 맞물린 생활고, 직장 내의 치열한 경쟁 등 시대를 반영하는 무거운 소재들을 가벼운 코믹 코드로 풀어내 남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내조의 여왕'이 시청률 20%를 돌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30~40대의 여자 시청자뿐만 아니라 남자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인 공감대라 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불륜코드가 주요 동력인 드라마들에 비해 '내조의 여왕'은 직장과 가정의 연결고리 사이에서 사람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문제들을 코믹하게 풀어내 호평받고 있다.

못난 남편을 성공시키는 '평강공주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여고 동창생의 지위 역전 현상, 젊은 주부들 사이의 경쟁심 등을 반영하는 한편 군대 같은 직장생활의 위계문화, 치열한 경쟁사회의 고달픔 등을 동시에 끄집어내 남녀 시청자들의 고른 지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하는 불륜 로맨스가 과하지 않은 선에서 양념으로 가미돼 흥미를 더한다. 이 정도면 막장 드라마가 대세인 시대에 '내조의 여왕'이 모범적인 드라마로 꼽히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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