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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음악에 전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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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파일 테스트 음반의 세계

요즘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인 수준은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졌다.

필자가 처음으로 음악회를 찾았던 1990년대 중반에는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때 객석의 절반을 채우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초 서울시향 송년음악회와 신년 첫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모두 만석을 이룰 정도다. 경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음악 애호가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음악 애호가 중에서도 하이파이(HI-FI) 오디오를 갖추고 최고의 기술로 녹음된 음반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소위 오디오 파일들도 그만큼 더 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강남에서 클래식 음반을 판매하는 풍월당(www.pungwoldang.co.kr)의 경우 매주 열리는 음악감상을 겸한 강좌가 매번 몇 시간만에 매진됨에 따라 올해는 1개층을 아예 교육장 겸 음악감상실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다.

각설하고, 오디오파일들은 최고의 소리를 만들기위해 최고의 음반을 찾는다. IT기업에 다니는 음반애호가 K씨는 "야신타의 목소리나 다이아나 크롤의 목소리를 내 오디오 시스템으로 들으면 전율을 느껴 온 몸에 소름이 돋칠 정도"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매력이 이들을 사로잡는가. 오디오파일을 위한 테스트 음반의 세계로 빠져보자.
 
◆ 텔락 '1812년서곡'부터 '야신타'까지


용산 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LP(엘피레코드판) 음반은 유럽에서 수입된 원반이라도 대부분 1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하지만 텔락(TELARC)에서 나온 신시네티 오케스트라의 1812년 서곡 음반은 3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음반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음반의 표지에는 "이 음반은 디지털 기술로 녹음돼 귀하의 스피커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붙어있다. 피날레 부분의 대포소리와 종소리에 레코드 기술의 정수가 숨어있다는 얘기다. 이 음반은 오디오 시스템이 제대로 튜닝된 소리를 내는지 알아보는데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악기가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역을 내는 콘트라베이스(더블베이스)를 독주악기로 데뷰시킨 개리 카(Gary Karr)의 '콜 리드라이(Kol Nidrei)'도 인기 음반이다. 국내에서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지인을 여러 명 봤을 정도.

파비오 비욘디의 사계 연주도 백미로 꼽힌다. 마치 전자악기를 연주하고 통을 두드리는 연주는 고상한 비발디의 세계를 전혀 다른 경지로 몰아넣는다. 1992년 OPUS 111 음반이 인기가 더 높다.

말러 연주도 오디오 파일에서 빠지지 않는다. 100여명이 넘는 대편성인데 모든 악기의 독주와 합주가 쉴새없이 전개되는 구성 때문에 오디오 파일이라면 말러 한장 정도는 갖고 있을 정도. 73년 카라얀 연주의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와 87년 번스타인 비인 필하모니커 연주,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로얄 콘서트헤보우 음반도 명반으로 꼽힌다.

안네 소피 무터가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한 빈 필하모닉과 협연한 '카르멘 환상곡'도 빼어난 녹음과 마치 남자가 연주한 것 같은 파워로 인해 인기를 끄는 음반이다.

야신타의 '문 리버'도 명반 중에 명반으로 꼽히고 있다. XRCD로 녹음된 1999년 네덜란드 제작 '가을 낙엽(Autumn Leaves)' 음반은 촉촉한 목소리에 목젖 넘어가는 숨소리까지 여과없이 잡아낸다.

이 밖에 일본의 최고 레코딩 엔지니어인 오키히코 수가노의 '레코딩 웍스(Recording Works)'도 오디오 파일을 위한 최고 음반의 하나로 꼽히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 라 스트라바간자(La Stravaganza)와 마이클 토마스 틸슨의 말러


오디오 파일의 인기 레코딩도 유행이 있나보다. 클래식 애호가들이 모여 음반 보급에 나서고 있는 풍월당의 최성은 실장은 "요즘에는 과거 1960년 음반을 SACD(수퍼 아날로그 컴팩트 디스크)로 레코딩한 음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면서 "채널클래식과 아르히브(ARCHIV), 펜타톤(Penta Tone) 등 마이너 레이블사들이 이같은 음반 보급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풍월당이 선정한 오디오 파일용 음반을 살펴보자.

델로스사에서 제작한 야노스 스타커의 '코다이'는 무반주 첼로 소나타는 카잘스와 함께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스타커의 절정의 기교를 맞볼 수 있는 최고 음질의 음반이다.

라모의 상상교향곡(민코브스키 지휘)도 요즘 인기 상한가. 아르히브에서 제작한 이 음반은 라모가 여러 개의 주제를 모아 하나의 교향곡으로 새롭게 작곡한 곡으로 그야말로 상상 속의 음표들을 구현하고 있다.

율리아 피셔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은 펜타톤 레이블에서 제작한 대표적인 오디오 파일용 음반이다.

샌프란시스코심포니와 함께 말러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있는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말러 교향곡 9번도 요즘 뜨는 최고 명반이며, 다른 1번부터 8번까지의 연주도 최고의 음질을 자랑해 오디오 파일용으로 손색이 없다.

바로크 첼로라는 다소 생소한 악기로 연주한 조세프-마리-클레멘트 달라바코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11곡의 카프리스'는 크리스틴 폰 데어 골츠의 바로크 첼로에서 전혀 새로운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음반으로 추천됐다.

이 밖에 이반 피셔가 지휘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의 말러 2번 '부활'과 비스펠베이의 연주로 듣는 '피콜로 첼로로 듣는 바로크 명반들'도 풍월당의 스테디 셀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게 최 실장의 귀띔이다.
 
◆ 다이아나 크롤과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재즈 세계


재즈가 어려워 배우기를 포기했던 기자가 재즈 파일을 소개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압구정동 '애프터 아워즈(After Hoursㆍwww.afterhours.co.kr)의 황덕호 사장의 조언을 받았다.

그가 꼽은 첫번째 음반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We Get Request'. 황 사장은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으로 이뤄진 재즈 피아노 트리오인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연주는 1964년 녹음이지만 각 악기의 해상도가 높은 명연주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클락 테리의 초상들(Portraits)도 추천 목록에 오른 음반. 마이크 하나를 이용한 원 포인트 녹음으로 유명한 체스키 음반사의 작품으로 피아노 트리오 반주에 트럼펫의 명인 클락 테리가 전면에 등장, 악기간의 공간감이 실제 연주처럼 자연스럽게 살아난다는 평이다.

재즈의 전설 듀크 엘링턴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제작한 자니 호지스의 '빌리 스트레이혼 오케스트라와 함께(With Billy Strayhorn & the Orchestra)' 음반은 호지스의 알토 색소폰과 이를 받쳐주는 빅밴드 사운드로 관악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1961년 녹음)

다이애나 크롤의 'Stepping Out(등장)'은 모던 재즈계의 수퍼스타 크롤의 데뷔음반. 그녀의 경쾌한 피아노 터치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브리이언 브롬버그의 우드(Wood)는 베이스 사운드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일본 킹 레코드의 음반으로 가장 최근인 2001년에 녹음돼 더블베이스의 중후한 저음을 감상하기에 최적이다.
 
◆ 오디오파일용 레코드 전문점은 어디?
앞서 소개한 풍월당과 애프터 아워즈 외에 사실 매장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강남 코엑스에 위치한 애반레코드(www.evan.co.kr).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샘플러 전문 매장이다.

이밖에 신나라레코드(www.synnara.co.kr), 오디오와레코드(www.audionrecord.com)도 희귀 음반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매장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들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모두 구비돼 있지만 매장을 직접 찾아 샘플을 들어보고 고르는 손맛도 좋으리라.

조영훈 금융부장 dubb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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