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효과' 벌써 끝나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일인 2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23.84포인트 떨어진 1126.81로 마감했다. 실물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 악화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증시 전문가들은 오바마 취임의 상징적 의미보다 실효성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IT업종과 자동차 업종이 바닥권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지난 2007년 초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슈와 그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이제 만 2년이 다 돼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 때, 한국이 다시 외환위기로 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등장했었으나, 현재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9년 한 해도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에서 국내 증시도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에 당분간 펀더멘털한 이슈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발생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1차적인 관심은 경쟁력 있는 수출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IT와 자동차 업종이 이에 해당된다. 물론, 이들 업종의 경우 현재 최악의 시절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단기 수익을 노리고 접근하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에 매집한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향후에 슈퍼버블이 올지라도 지금 당장은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오바마의 발언이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 및 금융시장 안정을 되찾아준 것은 분명하다. 주식을 포함한 금융시장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의 일거수일투족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상징적 의미와 함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제는 오바마가 실제 취임을 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보다는 실효적 의미와 구체적인 부양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의 날인 2월 16일에 신임대통령인 오바마가 상징적으로 발표한다는 일정이지만, 과연 한 달 안에 모든 일이 처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민주당이 제안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일부 경제계와 공화당 측이 실물경제와 고용창출, 그리고 납세자 배려 등과 관련하여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4분기 이후이며, 관련업종도 SOC 등 일부 사업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바마 수혜주로 꼽히며 향후 성장세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SOC 사업에 주목할 것을 권유하며, 관련 업종으로 철강, 시멘트, 금속제품, 일반기계 등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강현철·홍준의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유럽발 금융위기가 가능성에서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물론 영국 정부가 악재를 인지하고 추가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기에 7400억달러를 퍼붓고도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이냐는 의구심과, 그렇다면 지난해 11월부터 부실자산인수프로그램(TARP)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도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분간 유럽발 악재에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우선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손실은 상당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유럽 쪽 리스크는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3~4년전부터 미국 모기지와 관련된 서브프라임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해왔다.
주가도 이러한 변화를 선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미국증시보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지수변동에 민감해진 모습이다. 오바마 취임을 전후로 미국발 정책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드는 반면, 실적시즌을 전후로 불확실성이 높은 유럽 쪽으로 시각이 옮겨가고 있음은 국내외 증시 흐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관전포인트이다.
해외 금융주 실적 및 주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간접적으로나마 한국 금융주도 부정적인 영향권에 노출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2~3주간은 추가 조정의 가능성에 대비하며 긴장의 끈을 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어제 코스피는 2%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유럽발(發) 금융불안이 지수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멘텀과 수급 부재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주 후반 예정된 한국의 4분기 GDP는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역시 우호적이지 못한 변수가 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도 주춤해진 가운데 기관은 매도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모멘텀 부재와 주도 수급 공백으로 현 구간에서의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박스권 돌파의 단초를 펀더멘털 측면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으로 부각된 정책 모멘텀만 하더라도 그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의 개선은 단기간 내에 괄목할 만하게 일어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단초는 오히려 거래량 상승으로 뒷받침되는 투자심리 개선, 펀드자금 유입으로 지지 받는 기관의 매수여력 강화, 그리고 신용 스프레드 완화 현상의 확산으로 시중에 공급된 자금이 원활히 도는 것에서 우선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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