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아들은 바이오를 전공한 석사다. 올해 2월 학위를 딴 뒤 채용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아직 취업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원하던 대기업은 주로 ‘생산공정 개발’ 직무를 뽑았지만 아쉽게도 그는 ‘기초 연구’로 석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석사’ 위기에 처한 그는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통계를 보니 2025년 약 11만 명의 석·박사가 배출되었다. 이 중 80%를 차지하는 석사 학위자의 2024년 기준 취업률은 80.2%다. 석사 110명 중 2명은 실업자인 셈인데, 매년 학위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니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문과인 경우 석사가 ‘오버 스펙’으로 작용해 되려 취업에 불리하다는 사실이 오랜 세월 증명됐고 현명해진 취준생들도 뚜렷한 목표 없이는 대학원에 가지 않는 추세다. 문과 취업 시장에서도 석사를 우대하는 영역은 존재한다. 리서치 기업이나 상담심리, 박물관 큐레이터와 국제기구 등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해 석사 출신을 선호한다. 다만 이 분야에서 대기업은 찾기 힘들고, TO도 많지 않아 실제 대우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공계 석사가 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첫 단추는 ‘랩실 선택’이다. 기업이 필요로하는 연구를 하는 곳인지 아닌지가 랩실의 네임밸류보다 더 중요한 것.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초 연구보다는 대량생산에 필요한 공정 개발 수요가 많아 특히 석사 지망생들은 ‘랩실 선택’ 전에 ‘수요 조사’가 필수다.
기업 수요가 많은 랩실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선택 전에 ‘기업의 채용 공고’를 탐색할 것을 권한다. 특히 각 산업의 1등 기업이 내놓는 채용 공고에는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가 아주 상세하게 게재되어 있어 어떤 역량과 연구가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삼성전자 채용 공고를 예로 들어보자. 메모리, 파운더리, 반도체연구소 사업부 모두 공정설계와 공정기술, 설비기술 직무를 뽑았다. 공정과 설비 전공 수요가 많은 만큼 대학원 랩실 선택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
기계, 화학, 제약&바이오, 에너지 등 기타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 항암제나 약물 제형 관련 수요가 많은데 미개척 분야인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진행한다면 지원 범위가 매우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대신 수소 에너지를 연구했다면 역시 좁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몇 년 뒤에는 수요가 달라질 수 있지 않느냐고? 아쉽게도 산업의 지형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랩실의 논문 리스트나 홈페이지에 공개된 선배들의 진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산업과의 연관성’ 면에서 중요하다. 만약 자신의 학위 분야와 기업의 수요가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우선 학위가 없다고 전제하고, 마치 4학년처럼 취준하는 것이다. 기업이 우대하는 자격증과 기술을 새로 습득하고, 부트캠프 등으로 현장 감각을 익힌다. ‘학위와 전공을 모두 리셋한다’는 절실함이 필요하다.
둘째는 자신의 연구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스타트업을 공략하는 방법이다. 기업이 ‘현재의 먹거리’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다면 스타트업은 ‘다음 세대의 기술’에 집중한다. 자신의 연구 분야와 뾰족하게 맞는 스타트업은 의외로 인재 영입을 못해 곤란을 겪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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