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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비트]"일 잘 됩니까?" '본투비 재택' 회사에 물어봤더니…[오피스시프트](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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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부터 재택근무 도입한 '본투비 재택' 회사들
딜, 업스테이지, 코니바이에린 인사팀장 3인 인터뷰

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찐비트 속 코너인 '오피스시프트(Office Shif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시작된 사무실의 변화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실험을 통해 업무 형태의 답을 모색하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40회 연재 후에는 책으로도 읽어보실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회사' 하면 사무실 공간부터 떠올리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창업 시점부터 재택(원격)근무를 기본 근무 제도로 도입해 운영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본투비(Born to be·'~가 될 운명을 타고 나다'라는 뜻) 재택근무' 기업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들과 달리 회사 내 모든 소통이나 업무 방식이 처음부터 재택근무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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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대인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국내에도 창업 때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해, 사업을 활발하게 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글로벌 HR 소프트웨어 업체 딜과 국내의 AI 소프트웨어 업체 업스테이지, 육아용품 제조업체 코니바이에린이 그런 경우다. 아시아경제가 지난 23일 딜의 케이시 베일리(Casey Bailey) 글로벌 인사 헤드, 업스테이지의 류한나 HR 리더, 코니바이에린의 어정원 HR 매니저 등 각 기업의 인사 시스템을 책임지는 인사(HR) 팀장 3인에게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과제 등에 관해 물었다. 모든 질문에 담긴 뜻은 결국 '회사가 잘 돌아가냐'다.

◆ 시작부터 집에서 일해보니…생산성 어때요?

우선 왜 창업 당시부터 사무실 없이 일하는 '독특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창업자 알렉스 부아지즈 최고경영자(CEO)가 사무실 반경 30㎞ 이내에 사는 사람만 채용하는 한계가 있는 걸 원치 않았어요. 국제적인 최고의 인재로 꾸려진 최상의 팀을 원했고, 열려있고 다양하며 글로벌한 팀을 갖는 게 사업에 도움이 될 거란 걸 알았던 거죠."(케이시 베일리)

"업스테이지는 개발 인력 비중이 70% 가까이 됩니다. 업무 특성상 개인별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생산적이죠. 또 국내를 넘어 해외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어 지역에 제약 없이 다양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어요."(류한나)


"경력보유 여성이었던 임이랑 CEO가 공동육아 중 창업했어요. 자신답게 육아와 커리어를 병행하고 싶은 열망이 재택근무 형태의 조직으로 구현된 겁니다."(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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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고, 육아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본투비 재택근무를 택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세 기업 직원들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흩어져서 일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딜은 2600명의 직원이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에 머물고 있다. 서울에 기반을 둔 업스테이지의 경우 직원 중 10%가 미국, 캐나다, 홍콩 등 해외에 거주한다. 코니바이에린도 직원 4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서울 외 지역에 살고 있다.


재택근무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만약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을 출근하게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7년째 재택근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숫자'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딜은 창업한 지 3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2조 9500억원)를 넘기는 데카콘 기업이 됐다. 코니바이에린은 2017년 설립 이후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만 매출이 1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코니바이에린의 아기 띠를 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삼성생명, 포스코홀딩스, 삼성SDS 등 대형 고객사를 바탕으로 매출 60억원을 기록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지난 달 "올해 상반기에만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내년에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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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테이지의 경우 최근 전 세계적인 AI 열풍이 불자 지난 3월 챗GPT 기반의 AI 챗봇 '아숙업(AskUp)'을 국내 출시했다. '눈 달린 챗GPT'라는 별명을 얻게 된 카카오톡 기반의 AI 챗봇인 아숙업 프로젝트는 두 달 만에 카카오톡 100만 회원을 끌어모았다. 업스테이지는 태스크포스(TF) 구축부터 회원 모집, 최근 업그레이드까지 모든 작업을 재택근무로 진행했다. 류 리드는 "재택근무 환경에서 단기간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에 방점을 찍은 예"라고 소개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해 어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재택근무는 오피스 출근보다 업무 결과가 더 크게 부각되는 측면이 있어요. 사무실에 출근하면 자리에 앉아있는 게 일하는 신호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업무 결과가 일을 했다는 증거라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티가 많이 납니다. 탁월한 인재로 팀을 구성하고 목표에 합의해 이를 위한 액션플랜을 잘 정렬, 수행한다면 근무 형태와 관계없이 생산성과 효율성은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어정원)

◆ 쉽지만은 않았던 그들의 재택근무 '적응기'

이렇듯 지금은 성과를 내는 세 기업이지만, 재택근무를 기본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대화, 회의, 업무 조율,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보까지 직장 생활의 모든 것을 원격으로 수행해도 문제가 없게끔 만들어야 하니 '사무실에는 있고 원격 세상에는 없는' 무언가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세 팀장의 발언을 토대로 본투비 재택근무 기업이 근무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중시하는 특징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재택근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 ▲'원팀'을 구축하기 위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데 모든 시스템을 동원하는 것이다. 사무실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형성되는 감시와 관계라는 빈틈을 직원 개인의 특성과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식이다.


'재택근무형 인재'를 물색하는 건 본투비 재택근무 회사의 방식 중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이었다. 사무실 근무를 하던 회사가 재택근무로 전환한 경우와 차별화 되는 지점이었다. 자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근무 제도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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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의 적합성은 직무보다는 개개인의 자질과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환경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몰입감 있게,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는 분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고 업스테이지는 이런 분들을 적극적으로 모시고 있습니다."(류한나)


"딜은 재택근무에 적합한 태도를 갖고 있는 인력을 채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자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분 말이죠. 재택근무 팀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다른 회사에 조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팀의 특성이 뭔지 파악하고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가차없이 고용하라고 말합니다." (케이시 베일리)


"재택근무 특성상 바로 옆에서 업무를 알려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신입 직원보다는) 직무 경력이 있는 분이 적합합니다. 코니바이에린은 커리어에 대한 깊은 경험과 의지가 있는 시니어를 중심으로 탁월한 조직을 구성하고 일하는 방식을 합의해 신뢰를 형성한 덕분에 높은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어요."(어정원)


그렇게 인력을 확보하면 이들을 연결하는 원팀 구축 작업이 이뤄진다. 베일리 헤드는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완전히 분산된 인력 사이에서 문화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다"며 "잘못하면 직원이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생산성과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라는 환경 속에서 회사에 직원이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하고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단 의미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자 딜과 업스테이지는 전사 회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딜은 매주, 업스테이지는 한 달에 두 번 전사 회의로 회사의 목표와 사업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그 속에서 직원 개인의 역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게끔 한다. 또 세 회사 모두 팀장, 즉 관리자의 핵심 업무 중 하나로 직원과의 소통을 맡겨 수시로 업무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회사로부터 동떨어지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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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업무 시간을 설정하기도 한다. 코니바이에린은 사업 초기 근무지뿐 아니라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적용했는데 그렇게 하니 제품을 론칭할 때마다 각 팀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고 한다. 어 매니저는 "근무시간의 동질성을 유지해 팀의 협업 접점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봤다"며 "결국 한국 사무실 근무 시간 기준으로 전 구성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리더도 "해외에 거주하는 구성원은 시차를 고려해 국내에 있는 구성원과 소통·회의가 가능한 타임존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집중적으로 회의나 의사결정을 하며 소통한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 본투비 재택근무 기업도 여느 재택근무 기업과 마찬가지로 함께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직원들 간에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별도의 대면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신입 구성원이 입사하면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것도 재택근무 기업의 특징 중 하나다. 세 기업 모두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과 생활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돼 있었다.


참고기사 :

[찐비트]얼굴 안보고도 새 직장 적응? 재택근무 필수코스 '온보딩'[오피스시프트](27)

[찐비트]재택근무에 무너진 퇴근…"워라밸이 필요해"[오피스시프트]⑥

◆ 본투비 재택근무한다면…"전제조건 잘 갖춰야"

인터뷰에서 만난 세 기업의 HR팀장들은 무조건적인 '재택근무 찬양론자'는 아니었다. 재택근무를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 시스템은 적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들은 재택근무를 기본 근무 방식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이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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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제조건을 갖출 수 있다면 재택근무는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근무제도예요. 물리적인 여건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조직 운영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운영 측면에서 과제가 될 상황을 줄여야 해 전제조건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어정원)


"대부분의 기업이 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하기엔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이 방식은 모두를 위한 게 아니에요. 원격으로 효과적인 관리를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결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하며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성공적으로 이(완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건 꽤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완전 원격근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택근무를 할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적고 설명하는 시간을 내야 합니다."(케이시 베일리)


"재택근무에 적합한 비즈니스이고 재택근무 문화를 고수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만의 문화 정립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책, 환경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인력입니다. 구성원이 참여하고 지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해요. 그 문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케어·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직이 어느 정도 커지면 성장통이 수반될 수 있어요. 그럴 때 원팀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근본적으로 진정성을 가진 동료가 힘이 될 겁니다."(류한나)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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