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도 강남·북 갈린다..강남·송파 6억일 때 강북은 2억원
소득·주택가격 따라 천차만별
이주비 대출 이론과 현실 간극
"이주비 한도가 6억원인 것으로 아는데, 실제 전세를 얻을 때 전세대출은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두 대출을 합쳐 보면 큰 부담은 아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서울시가 요구하고 있는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살펴보겠다"고 덧붙였지만, 서울시 입장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주비 대출을 놓고 격돌하지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다고 보긴 어렵다.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원이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임시 거주지로 이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이다. 서울시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적용된 이주비 대출 규제로 조합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민간 정비사업 전반이 지연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비 사업을 현장을 찾아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없이는 공급 절벽을 피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주비 대출과 전세대출을 활용하면 최대 11억원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금융당국 입장도 조건을 따져보면 맞다. 금융당국 기준에 따르면 1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은 본인이 소유한 주택의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한 금액,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전세대출을 최대 5억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
다만 최대 11억원을 오롯이 받기 위해선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최대 11억원의 대출을 받기 위해선 ▲연 소득 약 1억6000만원 ▲주택 감정가격 15억원 내외 ▲1주택자 ▲기존 대출이 없는 경우여야 한다. 감정가액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확정되며 통상적으로 실거래가액의 70~80% 수준에서 결정된다.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한도가 결정되는데,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 재건축 단지인(관리처분인가 단계) 개포주공5단지아파트·도곡동 개포 한신과 송파구 가락프라자아파트 등은 이주비 최대한도인 6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주비 대출의 원리금 상환분과 전세대출 이자 모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을수록 실제 대출 가능액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주택 감정가액 5억원, 연 소득 3000만원, 기존 대출이 없는 1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2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전세대출은 약 5000만원 안팎에 그친다. 본인 자금을 포함하더라도 2억5000만원 내에서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강북·노원·동대문 등 동북권 지역의 지난달 기준 평균 전세 중위가격은 4억5700만원이다. 해당 자금 규모로는 인근 지역에서 전세 거주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런 구조가 소득 수준과 주택 가격이 높은 강남권보다 중소규모 정비사업지가 많고 소득 수준이 낮은 강북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강남과 중소규모 사업지 간 자금 조달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주를 앞둔 한 민간 정비사업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주비 한도만이라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대출이 막히면서 이주 일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뭐 먹지? 집에서 밥 해먹기 귀찮아"…초고가 아파...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가운데 39곳이 이주비 대출 규제 영향권에 놓여 있으며, 이 규모는 약 3만1000가구에 달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