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금융주 일부 매도
소비재 관련 주식은 확대
버크셔 현금성 자산 규모 사상 최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은행주 비중을 대폭 줄이며 시티그룹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주식시장이 혼란스러웠던 시기, 금융주를 매도해 현금을 비축하는 등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폼 13F(Form 13F)'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약 1400만 주를 보유했던 시티그룹 주식을 올해 1~3월 분기 중 모두 처분했다. 아울러 버크셔 보유 종목 중 4위에 올랐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도 약 4800만 주를 매도해 지분율이 지난해 말 11.19%에서 10.19%로 줄었다.
이외에도 브라질 디지털은행 누뱅크(Nubank)의 지분 전량을 정리했고, 미국 신용카드 대기업 캐피털 원(Capital One) 주식도 일부 매도했다. 2023년 4분기부터 이어진 은행주 비중 축소 흐름을 고려하면, 버핏 회장이 금융 섹터에 대해 점점 더 신중하고 비관적인 시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반면 식음료주와 소비재에는 투자 규모를 늘렸다. 이번 분기 중 새롭게 편입한 종목은 없었으나, 작년 4분기에 처음 매입한 멕시코산 맥주 수입·유통 기업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또 작년 3분기에 편입한 도미노 피자, 수영장 설비 업체 풀 주식도 보유량을 늘렸다. 이는 소비재 및 필수품 분야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행보로 해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로 인해 보유 종목 순위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 3위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위로 한 단계 내려가고, 코카콜라가 3위로 올라섰다.
애플 주식은 이번 분기에는 매매 변동이 없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규모로 매도했던 애플 주식은 3월 말 기준 634억달러에 달하며 여전히 버크셔의 최대 보유 종목이다. 버핏은 지난 2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극찬하기도 했다.
버크셔는 올 3월 말 기준 3477억달러(약 496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버크셔 역사상 최고치다. 연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 및 국채 보유 규모(3342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이 같은 보수적인 현금 보유 전략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고평가된 자산 가격에 대한 경계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핏 회장은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규모 현금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버크셔가 SEC에 제출한 '폼 13F' 보고서에서 일부 보유 종목에 대해 비공개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 대형 기관투자가들은 매 분기 SEC에 폼 13F 보고서를 통해 보유 주식을 공개해야 하며, 이 보고서는 미국 상장 주식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버크셔가 보유한 일본 종합상사 주식 등은 해당 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버크셔가 일부 보유 주식 현황을 비밀에 부쳤다는 사실에 대해 WSJ는 일부 신규 매수 또는 전략적 투자 종목이 숨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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