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신경전 속 협상 하루 연
젤렌스키 러와 설전
트럼프도 튀르키예 안 가
튀르키예에서 3년 만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첫 '직접 협상'이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양국 정상 간 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15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던 대표단 간 협상마저 하루 뒤로 미뤄졌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러·우 전쟁의 종전 협상이 진전되려면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세부 계획상 이유로 이날 대표단 회동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16일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은 애초 이날 오전 10시(이스탄불 시간) 회담이 시작된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뒤 오후부터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이날 오후 9시까지 협상은 열리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1일 우크라이나에 직접 협상을 전격 제안했다. 이날 만남이 성사됐다면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후 양국 간 첫 직접 회담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22년 회담 당시와 같은 구성의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보내며 사실상 러·우 정상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양보 없이는 전투 중단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16일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메딘스키 보좌관도 "이번 회담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가 말하는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가 독립 국가로 서방과 연합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는 고위급 인사도 아닌 중간급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보냈다"며 크렘린의 태도를 "무례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시간도, 의제도, 고위급 대표단도 없다"며 "러시아는 진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스탄불에 국방장관 루스템 우메로프가 이끄는 축소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푸틴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의 직접 회담 제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평화를 위한 어떠한 가능성에도 우크라이나는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회담 일정과 장소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러·우 종전을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타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회담과 관련, "푸틴과 내가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 참석 시 미국까지 함께하는 이스탄불 3국 정상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탄불행도 불발된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를 방문한 루비오 국무장관도 16일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자체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나의 판단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해 직접 소통하기 전에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회담을 둘러싼 혼란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기름을 부었다"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징후는 없었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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