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터뷰
올 12월 CEO 자리 내려놔…에이블에 바통
버크셔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
"나는 90살이 돼서야 비로소 늙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94·사진)이 올해 12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발표한 데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버핏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은퇴 시기에 대해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자신의 에너지 수준이 눈에 띄게 낮아졌음을 체감했다며 가끔 균형을 잃기 시작했고, 때때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고백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읽던 신문이 마치 잉크가 너무 적게 인쇄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늙기 시작하면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판단은 최근 1년 새 보다 구체화됐고 결국 CEO 자리를 내려놓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결심은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62)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더 확고해졌다. 고령의 버핏 회장이 나이듦을 체감하는 반면, 에이블 부회장은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한다.
버핏 회장은 "우리가 하루에 10시간 일하는 동안 에이블이 해내는 일의 양과 내가 해내는 양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커졌다"며 "그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람을 도와주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인사 조치를 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버핏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올해 12월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버크셔의 이사회 의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며 이 역할에서 물러날 시점은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고, 매일 회사에 나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일을 계속할 의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은 버핏 회장이 생애 마지막까지 버크셔의 CEO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CEO로서 누구보다 유용하다고 느끼는 동안만 그 자리를 지키겠다고 생각해왔고, 이렇게 오래 그 자리를 유지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했다.
비록 CEO 자리는 내려놓지만, 버핏 회장은 여전히 투자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과거 20년, 40년, 심지어 60년 전과 똑같은 판단을 지금도 내릴 수 있다"며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도 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점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차기 CEO로 낙점한 에이블 부회장 역시 그와 같은 기질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에이블은 자본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에이블 체제는 앞으로 약 8개월 뒤인 12월부터 공식 출범한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여전히 오마하의 사무실로 출근하며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한다고 했다. "집에 앉아서 드라마나 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다. 내 관심사는 여전히 똑같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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