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아시아 넘어 유럽·남미 등 수출
글로벌 김치 시장 2050년 15조원
대상·CJ제일제당 등 해외 생산시설 구축
국내 김치 생산 기업들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호주, 남미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치를 낯선 발효음식으로 여겼던 외국인들이 슈퍼푸드로 인식을 바꾸면서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진입장벽이 낮아져 김치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기업들이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요인이다. 식품 기업들은 앞다퉈 유럽과 호주 등에 현지 공장을 신설하거나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등 글로벌 김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김치 공장을 짓고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 지역에 6613㎡(2000평) 규모로 건설 중인 해당 공장은 유럽에 지어지는 첫 김치 공장이 될 예정이다. 연간 3000t 이상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으며, 대상의 김치 브랜드인 '종가'의 유럽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 관계자는 "올해 중으로 폴란드에 김치 공장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해외 사정상 조금 미뤄졌다"면서 "유럽은 미국보다 열리지 않은 시장으로 꼽히는데, 유럽 현지에서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유럽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상의 유럽 현지 법인 설립은 달라진 김치의 위상을 반영한 대표적인 움직임으로 꼽힌다. 그동안 한국 김치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으로 대부분 수출됐다. 지리적·문화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데다 오랜 기간 김치를 접하면서 거부감이 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치가 생소했던 지역에서도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우리나라 김치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 미국 다음으로 유럽 네덜란드가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로 꼽혔다. 전년 대비 성장세는 29%에 달한다. 한식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현지식에 김치를 적용한 조리법이 확산되면서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등으로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김치는 밥반찬을 제외하고도 샌드위치· 햄버거·샐러드에 추가해서 먹기 좋은 간편 건강 식재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건 식단과 저탄고지(LCHF) 식단 등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지면서 수요는 더 증가하는 중이다.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널리 알려지며 김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김치 수출액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김치 수출액은 1억6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1년(1억6000만달러)을 3년 만에 넘어섰다.
국내 김치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대상은 최근 종가를 중동·남미 등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김치 수출액 중 대상은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상의 뒤를 농협이 20~30%로 2위,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이 뒤따르고 있다.
대상은 올해 들어 원거리 지역까지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코트디부아르, 케냐 등 아프리카를 비롯,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칠레, 페루 등 중남미 국가까지 김치 진출을 성공시켰다. 현재 종가 김치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95개국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도 7대 글로벌전략제품에 김치를 포함시키고 비비고 김치를 유럽 등 새로운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비비고 상온 김치'를 출시하면서 유럽 현지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지속적으로 넓히는 중이다. 국내에서 만든 김치가 수출국에 도착할 때까지 알맞은 숙성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호주에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현지 생산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미국, 일본, 유럽, 영국 등 50여 개 국가에 김치를 수출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대형 유통채널 입점 확대를 지속하고, K콘텐츠 협업 통해서 인지도 높이는 등 경험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김치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건 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 김치 등 현지 문화를 반영한 제품군들도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김치 시장이 2050년 15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김치는 교민 시장이나 아시안 마켓을 중심으로 판매됐지만, K-푸드 대표 식품이자 비건·발효식품으로 김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추김치뿐 아니라 김치 스프레드, 김치 파우더, 김치 스낵 등 다양한 연관 상품을 만드는 등 기업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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