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메시지도 이민자·약자 향해
'반이민자 정책' 트럼프와는 상극
두 사람 모두 핵심 가치·유산 포기 못해
"오늘, 우리 모두가 다시 희망을 품고, 우리와 다르거나 먼 땅에서 낯선 삶과 문화를 지닌 이들을 신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향년 88세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메시지도 이민자와 약자를 향했다. 그는 살아생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민자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부딪쳤다. 일평생 난민과 빈자에 대한 자비와 연민을 호소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1기 집권 당시 처음부터 '멕시코 장벽'이라는 극단적 반(反)이민자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상극인 존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립한 가장 큰 원인은 이민자 문제를 향한 다른 신념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교황의 마지막 날까지 두 지도자는 이민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며 "두 사람 모두 이 문제를 자신의 사명과 유산의 핵심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2013년 3월 역사상 첫 남미(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66대 교황에 선출된 교황은 첫 방문지로 난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인 지중해의 람페두사섬을 선택했다. 그는 전 세계가 외면한 인도적 위기를 조명하고자 했다.
두 지도자가 직접적으로 충돌한 것은 2016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미국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을 두고 "벽만 쌓고 다리를 놓지 않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교황의 발언이 수치스럽다"고 맞받으며 선거 캠프를 통해 "만약 IS가 바티칸을 공격한다면 교황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기를 기도했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2017년 바티칸에서 두 사람이 유일하게 직접 만났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활짝 웃었고 교황은 무표정했다. 교황은 '기후변화 회의론자'였던 트럼프에게 자신이 집필한 기후변화 회칙 번역본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환상적인 만남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다시 한번 쓴소리를 냈다. 그는 1월 한 이탈리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민 단속을 강화한다면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주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대량 추방을 비판한 직후 부활절 인사차 병문안을 온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교황의 마지막 손님이 되기도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생전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을 비롯해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블랙스톤, 엑손모빌, 셰브론, BP 등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났다. NYT는 이를 두고 "세계적인 기업 리더들과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며 "이들과 만나는 자리에선 가난한 이들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했다"고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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